김수영은 거대하고 암울한 현실을 향해 자유의지를 쏘아 올린 ‘퓨리턴의 초상’과 같은 시인이다. 그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의 후진성과 자신의 육체와 정신에 깃든 반근대성에 대립각을 세우고 불화의 길을 걸은 데 있다. 늘 자신을 시대의 첨단에 가져다 놓으려 한 그가 봄밤 애타는 마음에 결코 서둘지 말라고 한다. 개가 짖고, 종이 울리고, 기적 소리가 슬퍼도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고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에 서둘지 말라고 한다. 절제하라고, 절제는 나의 귀여운 아들이고 영감이라고. 반세기도 더 전에 쓰인 시를 읽는 봄밤, 시인의 예지력과 변하지 않는 시대의 서툶을 생각한다.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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