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에 들어서자 마자 경내를 둘러보고 오른쪽에 자리잡은 만해기념관으로 곧장 향했다. 몇걸음 옮기자 마자 만해 흉상과 나룻배와 행인이 새겨진 시비가 눈에 띤다. 시비도 흉상도 햇빛과 눈비에 닳고 닳아 세월의 연륜을 느끼게 한다. 만해 기념관 앞에서 잠시 멈칫한다. 바로 정면에 형형한 눈빛으로 쏘아보는 만해의 좌상이 보인다. 그는 평생을 단한번도 꺾이는 일이 없이 불굴의 의지로 한국불교와 독립정신을 지킨 스님이었고, 독립투사였다. 그러면서 타고난 시인이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시에 대해 사사받지 않았던 그는 님의 침묵을 비롯한 자신만의 색채를 가진 시로 한국 시단의 한자리를 지키고 있기도 하다.
나룻배와 행인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낮까지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은 물만건너면 나를 돌아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나룻배
당신은 행인
한국시집박물관 (0) | 2018.09.04 |
---|---|
동국대학교 만해마을 (0) | 2018.09.03 |
백담사 (0) | 2018.09.03 |
백담사 오가는 길 (0) | 2018.09.03 |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0) | 2018.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