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앞에는 냇물이 흐르는 곳. 스님 한 분이 낙엽 등을 쓸고 있는 긴 다리를 건너 금강문을 지나 백담사 정문을 마주했다. 이른 시간이라 다른 관광객이 없어서 한적한 분위기였다. 아침을 맞아 군데군데 분주하게 청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후 수차례 소실되면서 조금씩 위치를 변경하여 재건했던 이 사찰은 현재의 위치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백담사라는 명칭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절까지 작은 담(潭)이 100개가 있는 지점에 세워졌다는데서 일컬어지고 있다고 한다.
불도를 닦기엔 아주 안성마춤인 유서깊은 사찰이다. 그런데 그 옛날엔 이 길을 어떻게 다녔을까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하기야 첩첩산중에 박힌 산사들이야 어딘들 그렇지 않으랴마는. 이 사찰이 유명해진데는 설악산 등반로 입구에 위치해 있고 만해 한용운이 이 곳에서 출가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머물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전두환은 퇴임후 5.18책임론과 5공비리 등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들끓는 비판여론에 밀려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백담사로 들어와 2년 조금 넘게 머물렀다. 그는 백담사에 머무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백담사에서 나온 뒤 지금까지 행적을 보면 산중생활에서도 생각에 크게 변화는 없었던 듯 하다.
이 곳에 오기전엔 산중에 있는 조그만 사찰인줄 알았는데 제법 규모가 크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때문인 듯 하다. 해우소도 현대식으로 깨끗하게 정비돼 있고, 사찰안에 아메리카노를 파는 매점도 있는 걸 보면 방문객들이 상상이상으로 많다는 뜻이다. 사찰에서 아메리카노 판매는 어울리지 않지 않느냐며 눈쌀을 찌푸릴 사람도 있겠지만 크게 탓할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경이 사람을 위한 것인데 힘들게 산사를 찾은 사람들에게 아메리카노 한잔을 제공해 행복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불심이 아닌가. 아메리카노 한잔을 받아들고 앞에 나무테이블에 앉았다. 귀에 들려오는 물소리가 제법 우렁차다. 전날까지 큰 비가 내린 탓에 마른냇가에 세워두었던 조약돌탑들이 상당부분 쓰러질 정도로 물이 크게 흐르고 있었다. 문득 세속의 모든 시름을 털어놓고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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