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입춘만담 성안순력 포스팅이 누락됐다. 포스팅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잊어버려 왕창 지나가버렸다. 2~4일까지는 민예총에서 주관하는 탐라국 입춘굿맞이 행사가 해마다 열린다. 이런저런 민속행사가 다양하게 진행되긴 하는데 지금까지 변변히 참가해보지 못했다. 올해는 모처럼 큰 마음먹고 성안순력 행사에 참가해보았다.성안순력이란 성안(제주목관아지를 에워쌓던 옛 성의 안을 성안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70년대까지만 해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의 옛 흔적들을 찾아 이이야기를 나누는 행사였다.행사진행은 굿을 연구하는 한진오 선생과 제주대 국문학과 문학평론을 하는 김동현 교수 2분이 했다.
관덕정 앞마당에서 관덕정은 지배의 공간이었으나 이재수의 난과 4.3을 예로 들면서 관덕정 앞마당에서는 권력과 민중이 맞섰던 처절한 현장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성안길로 향했다.
탐라국 입춘굿 거리행진에 참여했던 듯.
제주에는 오래된 무속행사로 뱀으로 상징되거나 혹은 북두칠성을 의미하는 칠성신에게 비념하곤 했다.
제주도에 첫 개신교 교회인 성내교회가 들어섰던 자리다. 현재 서있는 건물은 1975년도에 신축한 건물이다. 아래는 표지석
제주도에 최초의 현대식 극장인 제주극장이 있던 터다. 지금은 헐어버린 자리에 차들만 주차해있다. 성안순력 하기 보름전쯤 건물이 헐렸다고 한다. 건물철거여부를 놓고 보존이냐, 개발이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보존보다 실리를 택했다. 제주근대사의 상징물 하나가 없어진 셈이다. 우리는 과거 지우기를 너무 쉽게 한다. 내가 어릴 때는 현대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여기서 영화도 봤고 남문로터리에 시민회관이 들어서기 이전까지는 변변한 큰 실내공간이 없어 정치 집회를 비롯한 이런저런 실내 행사도 이곳에서 많이 열리곤 했다.
제주 최초의 외국인 학교인 화교학교다. 1965년 대만정부의 정식인가를 받아 설립됐다. 한 때 제주에 거주하는 대만중국인 자녀의 대다수가 이 학교에 다녔으나 한중수교 이후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지금은 학생수가 없어 폐교됐다.
화교학교 바로 앞에 있는 폐가옥이다. 한 때는 제주의 중심지였던 곳이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떠나버려 엣 가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천덕꾸리기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허물어진채 방치되고 있는 폐가에서 옛 영화의 무상함을 느낀다. 관덕정으로 돌아가 입춘국수를 먹고 칠성로로 향했다.
제주 최초의 근대식 신문인 제주신문이 처음 있었던 자리다. 4.3당시에도 이 자리에 있었는데 바로 대각선으로 맞은편 2층건물에 서북청년단 사무실이 있었다. 기세등등했던 서북청년단의 서슬에 신문이 정론보도를 할 수 있을런지 만무하다. 마치 광주 5.18항쟁 당시 모든 언론이 입을 다물거나 폭동으로 매도했던 것처럼. 제주의 근현대사에서 영욕의 세월을 보냈던 제주신문은 몇차례 통폐합과 제호를 바꾸는등 변화를 겪으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제주신보와 제주일보로 나눠져 서로 자신들이 적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안사람들의 생활 중심지이기도 했던 산지천이다. 70년대초 산지천이 복개돼 건물이 들어서기 이전까지만 해도 어린 아이들이 발가벗고 헤엄치며 놀던 곳이다. 아낙네들의 빨래터로도 중요한 곳이어서 동네 모든 소문이 모아지는 곳이기도 했다. 복개건물들의 노후화가 심해져 결국 건물을 모두 헐고 복원함으로써 지금의 모습을 이루었으나 어릴 적 이곳에서 놀던 아이들은 떠난 후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조선시대 북두성을 바라본다는 의미의 누각이 세워져 있던 곳으로 지금과 달리 이곳에 서면 성안이 모두 보일 정도로 높은 단애를 이루었던 경치좋은 명승지였다. 일제때 일본이 이곳에 신사참배단을 만들면서 누각을 모두 헐어버렸다. 공신정터 한편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지는 잘못 알려지는 역사적 사실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극단적 예로 최근 마을마다 이뤄지는 포제는 유교식 제례로 제주의 전통과는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두분 선생에 따르면 제주에 유교식 제례가 확산되가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 이후였다고 한다. 이전에는 제주에 유교식 제례는 극히 드물고 무속신앙이 주를 이뤘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교식 제례인 포제는 원래 왕이 국운을 위해 지내는 것으로 지방에선 왕이 직접 할 수 없으므로 고을 수령에게 대신하도록 한 것이므로 마을마다 유교식 제례인 포제가 제주의 전통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논리였다. 충분히 타당성이 있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포제가 틀렸으니까 하지말자는 말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전통이라는 것은 확대 축소 쇠퇴 발전 등 변화해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틀렸으니 하지말자가 아니라 유래를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좋은 목적의 행사는 많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저러나 북두칠성과 뱀은?
휴일 바닷가에서 만나는 친구들 (0) | 2019.02.27 |
---|---|
겨울 한라산 산행길 (0) | 2019.02.18 |
박두진 조병화문학관 (0) | 2019.02.17 |
부분일식 (0) | 2019.01.07 |
기해년 첫날 (0) | 2019.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