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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첫날

한라의메아리-----/오늘나의하루

by 자청비 2021. 1. 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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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21세기가 시작된 이후 늘 그랬듯이 어두운 새벽을 뚫고 밖으로 나셨다.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딱히 갈 곳을 정해 놓은 곳은 없었다. 해돋이 장소로 유명한 오름들은 코로나로 이미 폐쇄됐다. 코로나가 만든 풍경. 엊저녁 뉴스 일기예보에는 비가 예상된다 했는데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이럴 땐 틀려준 일기예보가 고맙다. 그래도 짙은 구름으로 해돋이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고, 딱히 멀리 가고 싶은 마음도 없어 느지막히 차를 몰고 도두봉을 지나 용담해안도로로 향했다.

천천히 차를 몰고 가다보니 어둠을 뚫으며 올레길 트레킹에 나선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오름 대신 해안도로 곳곳에서 연인 혹은 친구나 가족끼리 해를 기다리며 순간을 포착하는 사람들... 그렇게 저마다 부지런히 신축년 새해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용연 구름다리에서 용두암까지 어릴 적 다녔던 기억을 더듬으며 천천히 걸어갔다. 하늘엔 두터운 구름이 깔려 있지만 수평선은 선명하게 보였다. 겨울바람에 실려오는 파도가 내뺨을 때린다.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려다 돌이 되어버린 용두암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지만 어릴 때와 달리 주변에 큰 건물에 비해 너무 초라해보였다.

오후에는 통제대상이 아닌 문도지 오름으로 향했다. 새해 첫날 오름 하나는 올라야 할 것 같아서 가벼운 곳으로 선택했다. 저지예술인 마을 인근에 있는데 나즈막하고 교통여건이 좋지 않은 오름이라서 언제 올랐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오름정상에 가볍게 올라 한림에서 안덕지경까지 한바퀴 휘둘러보고, 차가운 바람에 몸을 내맡겼다. 신축년 새해 첫날이 겨울바람에 실려 한라산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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