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둑에서 활쏘기 다음으로는 ‘괴음추천(槐陰鞦遷)’, ‘허각투호(虛閣投壺)’, ‘청점혁기(淸簟奕棋)’, ‘서지상하(西池賞荷)’, ‘동림청선(東林聽蟬)’, ‘우일사운(雨日射韻)’, ‘월야탁족(月夜濯足)’ 등 7가지 방법이니, 첫 번째의 방법과 합해서 모두 여덟 가지 더위 이기는 방법입니다.
홰나무 그늘에서 그네를 타다보면 아무리 더운 날씨도 거뜬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이 ‘괴음추천’입니다. “…솔솔 부는 서늘한 바람 사방에서 불어오니 뜨거운 해가 모르는 사이 서쪽으로 기울었네”라는 마지막 구절이 더위를 이겼음을 말해줍니다.
‘허각투호’는 빈집, 그것도 강변에 있는 누각으로 솔바람이 온종일 불어오는 집이랍니다. 거기서 투호놀이를 하다보면 웃고 즐기는 가운데 더위를 느끼지 못하고 여름날이 지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더운 날씨에 졸음은 오고 책은 읽기 싫다면 할 일이 무엇일까요. 손님들 모아다가 바둑 구경시키면서, 술내기나 생선회내기 바둑을 두라는 것입니다. 대국자는 물론이려니와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까지 차별 없이 모두 배부르게 마시고 먹는 것이 바둑두기라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청점혁기’의 소서법입니다.
‘서지상하’는 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면서 더위를 이기는 것이고, ‘동림청선’은 동쪽 숲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 들으며 더위를 이기는 방법입니다. “석양 되자 매미 소리 더욱 듣기 좋아 늙은 홰나무 밑으로 평상을 옮기고 싶네”라는 구절에서 해질 무렵의 매미 소리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끼게 된다니 그 멋도 대단합니다.
‘우일사운’은 비오는 날에는 시를 지으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입니다. 천수(千首) 정도의 시를 지어놓고 어떤 운자(韻字)가 어려웠나를 따지다보면 저절로 더위가 식힌다니 그럴듯하지 않은가요.
여덟 가지 더위 이기는 방법의 마지막은 ‘월야탁족’이니 바로 달 밝은 밤에 물가에서 발을 씻는 일입니다.
요즘이 한창 바캉스 계절입니다. 많은 경비를 낭비하며 산으로 바다로 떠나느라 야단인데, 경비도 적게 들고 풍류도 제법인 다산의 여덟 가지 피서법을 한번쯤 시험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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