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한 가지 의견을 가지고 있고 오직 한사람만이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을 때 모든 사람이 그 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그 한사람이 힘이 있다고 해서 나머지 모든 사람을 침묵시키는 것 또한 정당치 않다.<존 스튜어트의
'자유론'에서>
최근 강정구 교수 파문이나 맥아더 동상 철거를 둘러싼 파문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여전히 매카시즘에서
헤어나지 못한 체 한 사람을 침묵시키기 위해 급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1950년대 동서냉전이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사회를 휩쓸었던 극단적인
반공사상이었던 매카시즘은 소연방의 해체, 동서독의 통일 등으로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역사의 유물이 돼 버렸다. 그러나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고, 활발한 남북교류가 진행되면서 냉전의 벽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유신체제
전후에 금서, 금지곡 등으로 분류됐던 많은 책과 노래 등이 자유롭게 허용되고 있다. 유신정부나 5공 시절 사회주의 관련 서적은 물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린 책이나 노래들은 모두 금서 또는 금지곡이었다. 금서나 금지곡이 담긴 음반이나 테이프 등을 보유하고 있으면 가차없이 빨갱이로
몰아 구속하기도 했다. 당시 정권은 그런 사람들 때문에 금방 공산화가 될 것처럼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많은 금서와 금지곡들이 해제됐지만 이 사회는 아무런 체제변화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
최근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비롯 하성철 박사 팀의 DNA 입체구조 규명 등으로 우리나라의 생명과학기술은 세계 최첨단을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정치문화는 1950년대의
매카시즘에서 한발짝도 진전하지 못한 것처럼 여겨진다. 강정구 교수나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파문을 보면서 떠오르는
느낌이다.
지금 우리 정치문화는 강정구 교수의 주장을 토론을 통해 걸러내기보다는 신체적 구속을 통해 아예 입을 틀어
막아버리겠다는 것이다. -예전 군부독재정권 시절에는 즐겨쓰던 수법이다.
맥아더 동상 철거 파문도 마찬가지다. 한국동란 당시
맥아더의 결단이 있었기에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 한번의 작전 성공이 전쟁발발전 한반도에
대한 그의 역할, 2차대전과 한국동란에서 보여준 호전적 태도 등등과 상쇄될 수 없다. 또 미국내에서도 2차대전과 한국동란 등에서
맥아더의 역할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라기 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그런 맥아더의 동상을 철거하자는 주장에 대해 합리적이고 타당한
논거를 가진 주장이나 토론이 아니라 "적화통일이 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논리라기보다 매카시 선풍이나
매한가지다.
최근 사회주의의 본산지로 자처하는 중국은 유인우주선을 쏘아올리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한동안 사상과 이념에 매진했던
중국은 경제특구를 지정해 세계경제를 끌어들이면서 세계경제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세계는 20세기의 이데올로기적 냉전이 아니라
경제를 중심으로 블록화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혁신을 거듭해나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 우리 사회의 한편에서 쏟아지고 있는 국가 이익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는 - 오히려 철저한 소모전으로 힘을 낭비하게 하는 - 매카시즘 광풍을 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어느
사회에서나 서로 다른 의견이 맞설 수 있다. 여론의 다양성은 민주사회의 특성이기도 하다. 여론이 다양해지면 상호주장간 갈등이 야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갈등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의견의 차이와 갈등은 민주사회에서 필수적인 것이다. 의견차이를 줄이고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이어질 경우 우리 사회는 한결 성숙해지게 된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인식할 경우 타당한 주장을 갖고 충분한 토론을 벌이고 결론을
합의도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밀은 '자유론'에서 침묵을 강요하는 폐해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여론의
압력이 결과적으로 사회를 순응자들의 사회로 만들지 모른다. 순응은 신선한 생각의 도래를 제한하고 사회를 무지하게 만들고 새로운 사고의 도입으로만
가능한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 즉, 밀은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는 결국 사회를 병들게 하고 생기를 잃게 만든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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