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사학법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세상보기---------/조리혹은부조리

by 자청비 2006. 1. 6. 23:27

본문

 

  작년 하반기부터 우리 사회의 최대 쟁점은 황우석 교수 논란과 사학법 논란이었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 논란이 워낙 컸던 탓에 사학법 논쟁은 조금 가려버렸다. 그리고 사실 교육분야 종사자나 관련자 외의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사학법 논쟁은 그다지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개정된 사학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대통령 재가를 받아 작년 12월 27일 공포됐고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그사이 한나라당은 사학법 날치기 통과를 이유로 국회 밖으로 뛰쳐나간 뒤 돌아올 줄 모르고 있다. 또 사립 대학과 사립 중ㆍ고교, 종교계 학원, 사학법인 이사장 등 15명은 28일 개정 사립학교법의 위헌여부를 가려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냈다. 이들은 ▲개정 사학법 중 개방형 이사 ▲임원 취임승임 취소 및 임원집행정지 ▲감사 선임 ▲이사장ㆍ친인척 겸직 및 임명제한 ▲임시이사 ▲대학평의원회 등 9개조항에 대한 위헌 판단을 요구했다. 청구인단은 청구서에서 "국가로부터 일정한 보조를 받는다든지 관할청의 지휘ㆍ감독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사학법인을 공법인화하는 수준의 법 제도는 결과적으로재단법인의 사적 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개방형 이사제에 대해 "사학법인에 대해서만 개방형 이사를 강제하는 것은 학교법인에 대한 합리적 근거없는 차별로서, 배분의 정의에 입각한 상대적평등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1항의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개정된 사학법은 헌법재판소에서 법적인 판단을 받게 됐다. 사학재단측은 이보다 앞서 개정 사학법이 통과되면 2006학년도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고 궁극적으로는 학교를 폐쇄할 수도 있다고 교육부에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교육당국이나 일반인들은 대부분 사학재단이 그렇게 무리한 수를 감행하리라고 생각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설마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가장 먼제 고교 신입생 배정에 나선 제주지역에서 사학재단측이 신입생 명단 수령 거부라는 실력행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써 사학법 논란은 마침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게 됐다. 사학재단측은 이미 헌법소원을 제출해놓고도 다시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학교폐쇄론까지 거들먹거리며 학생들을 볼모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교육부 차관과 교육부 국장 등이 긴급히 제주도에 파견돼 진화에 나섰다. 여기서 진화를 못하면 곧이어 전국에서 고교신입생 배정이 이뤄지고 신입생 배정거부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내 사학재단측도 전국 사학재단의 대표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설 수 없는 형국이다.

  그러면 사학재단들은 이번 개정 사학법을 왜 이처럼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가. 이는 그동안 학교에 대해 자신들의 임의대로 떡주무르듯 해왔지만 그것이 어렵게 된 때문이다. 특히 개방형 공익이사제와 공익감사제가 도입됨으로써 그동안 측근으로만 구성돼 이사장의 뜻대로 움직였던 이사회 운영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 사립학교법에서 규정한 개방형 공익이사제와 공익감사제는 학교법인 이사중 1/3과 감사 2명 중 1명을 교수회와 교사회, 학부모회 등 사학구성단체가 추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사립학교는 사회에 공여된 공적 재산이고 운영비를 대부분 국가 지원금과 등록금에 의존하므로 사단법인처럼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 배경이다. 또 족벌과 특정인에 의해 운영되는 학교법인 이사회가 임원의 사적 이익추구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만큼 이를 예방하자는 것도 취지다.
  교육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 사학이 우리 민족의 교육을 선도해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사회가 안정되고 설립자에서 2세로 넘어가면서 적지않은 사학재단들이 당초 설립취지를 망각한 채 비민주적 학교운영과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등 구조적 비리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이사회의 공공성을 높이고 권한을 분산시키자는 이번 개정 사립학교법을 전적으로 찬성한다. 자신들이 세웠기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천민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은 학교설립의 기본정신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교육의 공기능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사학들은 개방형 이사제가 도입되면 교원노조인 전교조가 학교운영위원회를 장악해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교육방향까지 흔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전교조에 빨간 색칠을 하면서 학교를 이념의 장으로 만들려고 하느냐고 억지항변하고 있다. 자신에게 유리하면 선이고 자신에게 불리하면 악이라고 규정짓는 이들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색깔론을 들먹이며 레드 알레르기를 가진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전교조가 파업할 당시 학생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지 말라며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요구했던 이들이 이제는 자신들이 학생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다. 
  교육은 재단만의 것이 아니요, 교사들만의 것도 아니다. 교육은 교육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동 몫이다. 어느 누구도 교육을 볼모로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해선 안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사실을 망각해왔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교육주체들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개정 사학법을 계기로 사학재단은 개방형 이사로 참여한 학부모(또는 교사)와 머리를 맞대고 2세들의 교육에 헌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투명한 공개경영으로 평교사와 학부모들의 자발적 동참을 끌어낼 수 있다면 사립학교법 개정은 오히려 사학발전의 기틀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