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고, 바람 맞고, 바람피우고... 그런 걸 바란 게 아닌데... ]
날씨가 끄물끄물하네요. ^^* 요즘 농사철이다 보니 자주 메일을 못 드립니다. 남들이 부지런하게 일할 때 저는 옆에서 바지런이라도 떨어야 월급 받죠^^*
지난주에는 서산에 다녀왔습니다. 서산 간척지 논에서 일을 좀 했는데요. 바람 참 많이 불더군요. 더군다나 꽃샘추위에... 오늘은 그 '바람' 이야기입니다.
'바람'에는 뜻이 참 많습니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뜻은, '기압의 변화로 일어나거나 기구 따위로 일으키는 공기의 움직임'이죠. 다른 뜻으로, 맞고 싶지 않은 바람은, '남에게 속다. 허탕을 치다.'라는 뜻의 바람이고,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만 할 수 있는, 배우자 몰래 다른 사람과 거시기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바람이고,^^*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바람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바람'입니다.
흔히들 '바램'이라고 하시는데 이건 '바람'을 잘못 쓰신 겁니다. 우리가 '바람'을 '바램'이라고 쓰는 데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노사연이 부른 '만남'이라는 노래에 보면,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잊기엔 너무한 나의 운명~~~' 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너무나 많이 부르는 노래다보니 국민의 입에 아예 익어버렸어요.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제 생각에는 여기서부터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우리의 바램'이 아니라 '우리의 바람'인데….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바라다'에서 온 '바람'이지 '바램'이 아닙니다. '자라다'에 명사를 만드는 '-(으)ㅁ'이 붙어서 '자람'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라다'에 명사를 만드는 '-(으)ㅁ'이 붙으면 '바람'이 됩니다. '자라다'와 '-았-'이 결합하면 '자랐다'가 되는 것처럼 '바라다'에 '-았-'이 결합하면 '바랐다'가 되는 거죠.
조금은 익숙하지 않으실 수 있지만,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바램'이 아니고 '바람'입니다.
참고로, '바램'은 '바래다'의 명사형으로,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는 뜻입니다. 빛 바랜 편지/색이 바래다/종이가 누렇게 바래다처럼 씁니다.
우리 국민 모두, 아니 제가 아는 사람만이라도 우리말을 바로 쓰는 걸 보는 게 바로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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