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텔레비전 방송을 들으니, 어떤 병원에서 병원비를 150억 원이나 과다 청구했는데도 죄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고 하네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판결을 본 시민들의 반응을 인터뷰 했는데, 한 시민이 "…그런 소식을 들으면 민초들은 힘이 빠지죠…."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민초(?)……. 그렇지 않아도 요즘 일본놈들이 이래저래 심사를 비틀고 있는데, 일본말을 들으면 저도 막 꼬여요. ^^*
민초(民草, たみぐさ)는 일본말입니다.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자주 보고 듣는 것이 이 말입니다. 짓밟히는 것에 이골이 난 민족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시인 김수영의 '풀'을 떠올리는 시심이 깊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그것도 아니면 유식한 척 한자를 쓰고 싶어서 인지는 몰라도, '민초'라는 말을 즐겨 쓰는 쪽발이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민'이나 '국민', '백성'이라고 하면 됩니다. 뭐 그리 유식한 척할 일이 있다고 '민초'라는 단어를 쓰는지….
오늘은 시나 한 편 감상해 볼까요? 앞에서 말한 김수영 님의 '풀'이라는 시입니다. 1968년에 발표한 시니까, 당시 국민의 삶을 생각하면서 읽어보세요. ^^*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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