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민초들의 삶이 힘들다?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5. 11. 7. 20:23

본문

  아침에 텔레비전 방송을 들으니, 어떤 병원에서 병원비를 150억 원이나 과다 청구했는데도 죄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고 하네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판결을 본 시민들의 반응을 인터뷰 했는데, 한 시민이 "…그런 소식을 들으면 민초들은 힘이 빠지죠…."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민초(?)……. 그렇지 않아도 요즘 일본놈들이 이래저래 심사를 비틀고 있는데, 일본말을 들으면 저도 막 꼬여요. ^^*

  민초(民草, たみぐさ)는 일본말입니다.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자주 보고 듣는 것이 이 말입니다. 짓밟히는 것에 이골이 난 민족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시인 김수영의 '풀'을 떠올리는 시심이 깊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그것도 아니면 유식한 척 한자를 쓰고 싶어서 인지는 몰라도, '민초'라는 말을 즐겨 쓰는 쪽발이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민'이나 '국민', '백성'이라고 하면 됩니다. 뭐 그리 유식한 척할 일이 있다고 '민초'라는 단어를 쓰는지….

  오늘은 시나 한 편 감상해 볼까요? 앞에서 말한 김수영 님의 '풀'이라는 시입니다. 1968년에 발표한 시니까, 당시 국민의 삶을 생각하면서 읽어보세요. ^^*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마감된 자료------- > 성제훈의우리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실 좋은 부부  (0) 2005.11.07
'달이다'와 '다리다'  (0) 2005.11.07
'돐'이아니라 '돌'  (0) 2005.11.07
훔치다, 닦다, 씻다  (0) 2005.11.07
'넘어'와 '너머'  (0) 2005.11.0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