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뉴스매거진 2부, <우리말 우리가>
시간입니다.
정 제가 가끔 듣는 말인데요. ‘자네 어부인은 잘 계신가?’ 하고 제 아내 안부를
묻는 경우가 있어요. 어부인이란 말, 맞는 말인가요?
성 예, 제 주위에도 “어부인 잘
계신가?”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 가족을 걱정해 주시니까 고맙긴 한데요, 그래도 지금 시간이 ‘우리말 우리가’시간이니까 잘못된
말은 좀 꼬집어야겠습니다. ^^* ‘어부인’은 일본말입니다. 써서는 안 될 말이죠. 다른 사람의 아내를 말할 때는 ‘부인’이라고 해야
합니다. 또, 남에게 자기 아내를 소개할 때는 ‘처 또는 아내’라고 말해야 합니다. ‘부인’은 높임말입니다. 남에게 자기 아내를 소개하면서
‘부인’이라는 호칭을 쓰면 안 됩니다.
정 말이 나온 김에, 오늘은 표준 화법에 대한 이야기
좀 해주시죠...
성 예, 말은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지만, 주로 남과 대화하는 데 씁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적절한 호칭과 지칭, 상황에 따른 올바른 표현 등이 모두 언어 예절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언어예절을 바로 세우고자
1992년에 ‘표준 화법’을 정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것을 좀 소개드릴게요.
먼저,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기를 소개할 때는, “처음 뵙겠습니다. 홍길동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홍길동입니다.”가 가장 표준적인 인사말입니다. 또, 자신의 직장을
말할 때는, “CBS에 근무하는 홍길동입니다.”보다는 “CBS의 홍길동입니다.”나 “CBS에 있는 홍길동입니다.”가 표준 화법에 맞습니다.
대화할 때는 간결하고도 함축적인 표현이 효과적이라서 표준 화법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정
다른 사람에게 자기 성을 이야기 할 때도 예의가 있겠죠?
성 그렇죠. 자기 성을 남에게 소개할
경우에는 겸양하는 전통에 따라, 가(哥)를 써서 “저는 전주 이가입니다”처럼 소개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성에 대해서는 “밀양 박씨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지요?” 처럼 중립적인 씨(氏)를 쓰는 것이 언어 예절에 맞습니다.
정
그렇군요.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윗사람에게 ‘수고하세요’라는 말도 많이 쓰는데 맞는 말인가요?
성 그렇습니다. ‘수고’는 한자로 받을 수(受) 괴로울 고(苦)로 고통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는 쓸 수 없는 말입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는 “먼저 가네, 수고하게”, “잘가게, 수고했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정 근데 아침인사로 흔히 사용하는 좋은 아침입니다! 란 말도 표준 화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요?
성 직장에 출근해서 만나는 사람에게 “좋은 아침!” 또는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인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표준 화법에는 맞지 않습니다. ‘좋은 아침’은 영어 ‘good morning'을 직역한 겁니다. “안녕하세요”나
“안녕하십니까?”가 우리식 인사말입니다.
정 청와대 국정 홍보넷에도 ‘좋은 시간 되십시오’가
어색한 표현이다라는 지적이 있던데요.
성 그렇습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는 ‘당신이 좋은
시간이 되어라’라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좋은 시간을 누리거나 즐길 수는 있지만, 시간 자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좋은 시간을 누리거나 즐기기를 바란다면, ‘좋은 시간 즐기십시오./좋은 시간 누리십시오./좋은 시간 보내십시오’라고 해야 옳습니다.
‘행복하세요’도 마찬가집니다. ‘행복하다’는 형용사인데, 우리말에 형용사를 쓰는 명령어는 없습니다. 이 경우는
‘행복하시기 바랍니다./행복하게 보내세요.’가 맞습니다.
정 그냥 쓰는 말들.. 어법에 맞지
않는 경우가 참 많았네요. 그러고 보면 존댓말도 틀린 경우가 참 많을 것 같은데요...
성 예, 그렇습니다. 존댓말은 “사람이나 사물을 높여서 이르는 말”로 ‘선생’을
‘선생님’이라고 하고 ‘밥’을 ‘진지’라고 하는 것 등이죠. 여기서 사람이나 사물을 높여서 부른다고 해서 다 높이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막 시집 온 새색시가, 시아버지 머리에 붙은 검불을 보고, “아버님! 아버님 대갈님에 검불님이 붙으셨습니다”라고 하면 안 되잖아요. 여기서는
시아버지만 ‘아버님‘이라고 존칭어를 쓰면 됩니다. 또,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도 말이 안 됩니다.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가 맞습니다.(교장선생님이 말씀하시겠습니다라고하면 더 좋겠죠 ^^*)
“철수야, 너 아버지께서 오시라고
한다.”도 말이 안 되죠. “철수야, 너 아버지께서 오라고 하신다.”가 맞습니다.
정
그렇군요. 모든 것에 다 존칭을 쓰는 것은 아니군요.
성 ‘아버지’가 얘기가 나와서 ‘아버지’
말씀을 좀 더 드릴게요. 내 아버지를 남에게 이야기할 때는 ‘아버님’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아버지’라고 합니다. “우리
아버님이 사 주셨다”가 아니라 “우리 아버지가 사 주셨다”가 옳습니다. ‘어머니’도 마찬가집니다.
또, 한자를
쓰면 더 격식을 갖추는 것으로 생각하고, 아버지가 살아 계시는데, “우리 선친께서 사 주셨다”고 하면 그야말로 망발이 됩니다. ‘선친’은
“남에게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를 이르는 말”입니다. 그냥 ‘아버지’ 하면 될 것을 정확한 뜻도 모르는 한자를 쓰려고 하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죠.
또 학교에서 남자 선생님의 아내는 ‘사모님’이라고 하는데요. 그와 반대되는 여자 선생님의 남편을 뭐라고
할까요? 그게 바로 ‘사부님’입니다. 스승을 말하는 한자 師父가 아니라, 선생님의 남편이라는 뜻의 스승 사, 지아비 부를 쓴 師夫입니다. 좀
어색하죠?
표준 화법에서는 ‘바깥어른’도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 지칭 이야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식당에서 종업원을 부를 때는 뭐라고 불러야 옳은
건가요?
성 예, 남자 종업원에게는 ‘아저씨’를 쓰면 되고, 여자 종업원에게는 ‘아가씨나 아주머니’를
쓰면 됩니다. 그러나 이런 호칭이 부담스러울 때는 ‘여보세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머니’ 대신 ‘아줌마’라고 한다거나, 남자손님이
‘언니’라고 부르는 것은 안됩니다.
정 얼마 전 한 배우가 방송에서 ‘저희 나라’라는 표현을
써서 입방아에 오른적이 있잖아요... ‘저희 나라’라는 표현이 잘못된 거죠?
성 예,
‘우리나라’가 맞습니다. ‘저희 나라’라고 ‘저희’를 쓰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나를 낮추기 위함인데, ‘저희 나라’라고 해 버리면 그 나라에
상대방도 속해서 나와 상대방이 같이 낮아지는 문법적 오류가 있습니다. 그런 문법을 떠나서라도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하나의 고유
명사입니다. 누구에게 겸양하여 낮출 대상이 아닙니다. ‘저희 나라’라고 쓰면 안 되고 항상 ‘우리나라’라고 써야 합니다.
정 그럼 저희 방송? 저희 가족 같은 것은?
성 자신의 식구를 다른 사람 앞에서 낮추는 일은 겸양의 미덕에 속합니다. 따라서, 방송중에
“저희 방송 자주 들어주세요”라는 말씀을 하셔도 됩니다. 그러나 회사 내부에서, 사장님께 말씀드리면서 ‘저희 방송’이나 ‘저희 방송사’라고 하면
안 되죠. 자신을 낮추기 위해서 ‘저희’를 썼는데, 그 저희 방송사에 그 사장도 들어가서 사장도 같이 낮아져 버리잖아요.
정 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씀해 주시죠!
성 오늘은 주로 표준 화법을 말씀드렸는데요. 이 기회에 꼭 소개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흔히, ‘고맙습니다’보다 ‘감사합니다’가 더 깍듯한 예의를 갖춘 말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옛 문헌에 보면 ‘고맙습니다’는 부처와
같이 신성한 대상에게까지 쓰던 말로 전통적으로 우리 정서에 맞는 말입니다.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 모두 표준어 이긴 하지만 ‘고맙다’가
우리 정서에 더 잘 어울리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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