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뉴스매거진 2부, <우리말 우리가> 시간입니다. 몰라서 틀리기도 하고,
또는 습관적으로 잘못 쓰고 있는 우리 말들, 바로 잡아보는 시간이죠! 우리말 연구가 성제훈 씨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자, 오늘 알려주실 첫 내용은요?
성 요즘이 가을이라 결혼을 많이 하시죠. 결혼해서 부부가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을 보고 ‘금슬’이 좋다고 하죠? ‘금슬’이 맞을까요, ‘금실’이 맞을까요?
본래 금슬은
거문고 금, 비파 슬 자를 써서, 거문고와 비파처럼 잘 어울려 궁합이 딱 맞는 부부를 말합니다. 현행 맞춤법상 ‘琴瑟’이 거문고와 비파 자체일
때는 ‘금슬’, 부부간의 사랑은 ‘금실’로 씁니다. 정 박사님도 금실 좋은 부부시죠?
정 저희
부부 금실이야 뭐...^^
성 또 결혼식에서 기념사진을 찍죠. 사진을 찍기 위해 신랑 신부
뒤에 친척이나 친구들이 서는데요. 이 때 앞에서 사진 찍는 분이 “자, 조용히 하시고, 거, 왼쪽에서 첫 번째분 좀 웃으세요!”라는 말씀을 하는
경우가 있죠? 사진 찍을 때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인데요. ‘첫
번째’ 분은 틀린 말입니다. ‘첫째’와 ‘첫 번째’는 다른 말인데요. 먼저 ‘째’는 그냥 차례를 말합니다. 첫째, 둘째, 셋째처럼 쓰죠. 그러나
‘번째’는 다릅니다. ‘번째’는 연이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의 횟수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반복의 개념이 들어가 있어요. 일회전을 첫 번째 경기
라고 하고, 이회전을 두 번째 경기라고 하죠.
쉽게 정리해 보면, 그냥 ‘째’는 순서고, ‘번째’는 반복되는 일의
횟수라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따라서, 예식장에서 사진 찍는 분이 “왼쪽에서 첫 번째 분 웃으세요”하면 틀리고, “왼쪽에서 첫째 분 좀
웃으세요”라고 말하셔야 합니다.
정 이번엔 ‘구설수’와 ‘구설’에 대해 알려주신다고요..
어떻게 다르죠?
성 예, 얼마 전에 뉴스에서 들으니 한 연예인이 음주운전을 해서 구설에
올랐더군요. 그 구설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신문에 있는 그날의 운세란을 보면 가끔 ‘구설수’가 있다는 걸 보게 되는데요. ‘구설수(口舌數)’는
“남에게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나 신수”를 말합니다. 주로 ‘구설수가 있다, 구설수가 끼었다’ 등으로 쓰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구설’과 ‘구설수’를 구별해서 써야 한다는 겁니다. ‘구설’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이고, ‘구설수’는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이므로, ‘음주운전때문에 구설수에 휘말렸다.’처럼 쓰면 안 되고, ‘음주운전때문에 구설에 휘말렸다.’로 써야합니다. ‘구설수’의
‘수(數)’가 ‘운수’, ‘신수’를 뜻하므로 ‘구설수에 올랐다’는 표현은 맞지 않고, 꼭 ‘구설에 올랐다, 구설에 휘말렸다’고 해야 맞습니다.
정 아. 구설과 구설수, 그렇게 구분해서 써야 하는군요..
성 네 이번엔 ‘으뜸’과 ‘버금’이라는 우리말을 좀 소개드릴까 하는데요.
자주 쓰고 쉬운 우리말인데도 잘못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으뜸’은 “많은 것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을 말합니다. 즉, 최고를 말하는 거죠.
그러나 ‘버금’은 으뜸 바로 밑을 말합니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 만든 책자 중에, ‘제주도!, 하와이에 버금가는 관광 도시로
개발!’이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버금가는’은 잘못 쓰인겁니다. 제주도를 하와이만큼 좋은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는 말이면, ‘하와이에
맞먹는’ 이라고 써야 합니다. 버금가는이라고 쓰면, 제일 좋은 관광도시는 하와이고 제주도는 바로 그 아래라는 말이 되어버립니다.
성 또 연말이면 여기저기서 상 많이 주죠? 보통 상을 보면,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 뭐
이런순인데요. 이것부터 잘못된 겁니다. ‘우수상’ 위에 ‘최우수상’ 이 있는 것은 맞는데요, ‘최우수상’은 가장 우수하다는 상인데, 어떻게 가장
우수한 상 위에 또 다른 ‘대상’이 있을 수 있죠?
정 아..그럼 최우수상 위에 대상은
논리적으로 맞지가 않는 거였군요.
성 대상보다 더 큰 상을 줘야 할 일이 있다면, 클 태 자를
써서 태상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입니다. 이렇게 논리적이지도 않고 헷갈리기만 하는 한자로 상 이름을 만들지 말고,
‘으뜸상’, ‘버금상’이라고 만들면 얼마나 좋아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많은 것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이
‘으뜸’이니 ‘으뜸상’이 가장 높은 상이고, 바로 그 아래 수준의 상이 ‘버금상’인거죠.
정
방송에서라도 그런 부분들은 좀 고쳐져야 할텐데요. 말이 나온김에, 연말에 많이 쓰는 망년회란 말. 이 말이 잘못 쓰이는 말이라는데, 정말
그런가요?
성 네. 저에게도 벌써부터 망년회나 송년회를 한다고 연락이 오는데요. ‘망년회’라고
하면 안 되고 ‘송년회’라고 해야 한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십니다. 그 말씀 좀 드릴게요. ‘망년회(忘年會)’의 ‘망년’은 일본 세시
풍속 입니다. 섣달그믐께 친지들끼리 모여 흥청대는 일본의 세시민속에서 나온 말이 ‘망년회’입니다.
우리식으로는
‘송년회(送年會)’라고 해야 합니다. ‘송년’은 한해를 보낸다는 의미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의 송구영신(送舊迎新)에서 온
말이죠. 곧, 차분히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는 자리라는 의미로, 부어라 마셔라하는 ‘망년회’와는 차원이 좀 다르죠. ^^*
정 네. 올해는 망년회가 아닌 송년회! 로 모여야겠습니다.
성 그리고 송년회에 가서보면 옛날 친구들을 많이 만나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오랜만에’를 ‘오랫만에’라고 쓰시는 분이 있더군요.
‘오랜만’은 ‘오래간만’의 준말입니다.
‘오랜만’이라고 써야지 ‘오랫만’이라고 쓰면 안 됩니다.
그러나 ‘오랫동안’은 좀 다릅니다.
‘오랫동안’은 ‘오래’와 ‘동안’이 합쳐진 말에 사이시옷이 들어간 형태로, ‘오랫동안’이라고 써야 합니다.
정 오랫동안...다음에는 틀리지 않도록 잘 기억하겠습니다! 네,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서요. 저는 식당에 가서 이 메뉴를 볼 때마다 참 헷갈렸는데요. 갈치 조림할 때 ‘조림’인지,
‘졸임’인지요...
성 네 저도 어제 점심시간에 갈치조림을 먹었는데요. ‘갈치졸임’이
맞을까요. ‘갈치조림’이 맞을까요? ‘졸임’과 ‘조림’은 발음이 같아서 글로 쓸 때도 많이 헷갈리는데요. ‘졸임’은 ‘졸이다’의 명사형으로
‘마음을 졸이다’처럼 조마조마한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말이고, 갈치조림처럼 국물 없이 바특하게 끓이는 것은 ‘조리다’입니다. 따라서,
생선을 양념장에 국물 없이 끓인 음식은 ‘생선 조림’입니다. 그래서 어제 제가 먹은 것은 ‘갈치조림’이죠.
정 네...마음을 졸이다, 갈치를 조리다. 너무 큰 차이가 있었네요 ^^ 아무래도 오늘
점심메뉴는 갈치조림으로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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