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CBS 우리말 우리가 5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6. 1. 9. 22:48

본문

정     뉴스매거진 2부, <우리말 우리가> 시간입니다. 몰라서 틀리기도 하고, 또는 습관적으로 잘못 쓰고 있는 우리 말들, 바로 잡아보는 시간인데요. 수원 농촌진흥청 농업공학연구소의 성제훈 씨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정     자, 오늘 또 알려주실 내용은 뭔가요?
성     애완동물 많이 키우시죠? 동물의 암 수 표시를 소개드릴게요. 수놈 개를 어떻게 쓸까요? 숫개, 수개, 수캐? 동물 암수를 표시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숫양, 숫염소, 숫쥐, 이 세 가지를 제외하고는 ‘숫’이 아니라 ‘수’라고 표시합니다. 따라서 ‘숫사자’가 아니라 ‘수사자’가 맞고, ‘숫소’가 아니라 ‘수소’가 맞습니다. 이 세 가지를 제외하고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입니다.
   두 번째는 거센소리로 쓰는 동물이 있습니다. 수캉아지, 수캐, 수탉, 수퇘지, 수평아리로 씁니다. 조금은 어색해서 학자들 사이에 다른 의견이 많은 데요. 현재 맞춤법 규정에는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공부 많이 하신 학자들이 맞춤법을 고치기 전까지는 현재 맞춤법의 규정에 따라야 겠죠.
정     현행 맞춤법에 따르면, ‘암개’가 아니고, ‘암캐’가 되는 거네요? 그럼 개의 수놈은 ‘수캐’인가요?
성     ‘수캐’가 맞습니다.
정     자, 다음 내용...저는 이말 쓸 때마다 헷갈리는데요.. 왠과 웬이요. 어떻게 구분해야하죠?
성     그렇죠 왠과 웬, 많이들 헷갈려하시는데요. 오늘은 왠지 기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 아침이다...할 때 여기서  ‘왠’으로 써야할지 ‘웬’으로 써야할지, 또 ‘웬’ 사람들이 이리 많아.. 할 때는 또 어떻게 쓰는 건지...
   문법적으로 따지면, ‘왜 그런지’ 라는 이유의 뜻일 때는 ‘왠’이고요, ‘어떠한’의 뜻일 때는 ‘웬’ 으로 써야하는데요. 그건 공부 많이 하신 학자들  말이고, 개그맨 서세원 씨가 가끔 쓰는, “왠~~지~~, 오늘은...”에서 ‘왠지’만 ‘왠’을 쓰고 다른 경우는 모두 ‘웬’을 쓰시면 됩니다. “웬 인간들이 이리 많아?” “웬 놈의 일이 이렇게 많아?”는 모두 ‘웬’을 씁니다.
정     네. 그렇게 설명을 해 주시니까 쉽게 이해가 가네요. 이번에는 띄어쓰기에 대해 알려주신다고요?
성     글을 쓰다보면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게 바로 띄어쓰기입니다. 띄어쓰기는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어려운 문제인데요. 사실 저도 무척 어려워합니다.  앞으로 방송에서 틈틈이 띄어쓰기 방법을 소개해 드릴텐데요.  오늘은 먼저 기본 원칙을 좀 말씀드릴게요.
  띄어쓰기의 가장 기본 원칙은 단어별로 띄어쓴다는 겁니다. 그럼 단어는 뭐냐? 바로 사전에 올라 있는 게 단어입니다. 사과, 밤, 배, 나라, 사람 이런 게 단어죠. 그리고 또 단어로 보는 게 바로 9가지 품사입니다. 명사, 동사, 형용사 따위도 단어로 보고 띄어 씁니다. 다만 조사만 붙여서 씁니다. 이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  우리집, 우리누나, 우리회사와 같은 것은 어떻게 쓸까요? ‘우리’와 붙여 써야 할까요, 띄어 써야 할까요? 앞에서 말한 대로, 띄어쓰기는 단어별로 하고, 단어는 사전에 하나의 단위로 올라있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럼 답은 간단하죠. ‘우리나라, 우리집, 우리누나, 우리회사’을 사전에서 찾아봐서, 사전에 있으면 붙여 쓰고, 없으면 띄어 쓰면 됩니다. 간단하잖아요. 참고로, ‘우리’ 가 붙어서 사전에 올라가 있는 말은, ‘우리나라, 우리말, 우리글’ 이 세 개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이 세 개만 붙여 쓰고, 나머지는 모두 띄어 써야 합니다.
정     아.. 사전에 있으면 붙여 쓰고, 없으면 띄어 써라...절대 잊지 않겠는데요.
성     띄어쓰기 말 나온 김에 하나만 더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성과 이름, 성과 호 등은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등은 띄어 씁니다. 따라서, 이름은 ‘홍 길동’이 아니라 ‘홍길동’으로 모두 붙여 쓰고, 홍길동 씨, 홍길동 선생, 홍길동 박사, 홍길동 과장 할 때는 이름 뒤에 오는 씨, 선생, 박사, 과장 등은 띄어씁니다. ‘홍길동 님’할 때 ‘님’도 띄어씁니다.
정     다음 내용은요?
성     예, 며칠 전에 누가 ‘바지런’이 맞는지 ‘부지런’이 맞는지를 물어보시더군요. 우리말에는 큰말과 작은말이라는 게 있습니다. 큰말은 단어의 실질적인 뜻은 작은말과 같으나 표현상 좀 크게 느껴지는 말을 말합니다. '살랑살랑'에 대한 '설렁설렁', '촐촐'에 대한 '철철', '생글생글'에 대한 '싱글싱글' 따위가 큰말입니다. 물론 작은말 큰말 모두 표준어입니다. “남들이 부지런히 일하고 있을 때 나는 옆에서 바지런을 떨었다.”고 하면, 즉, 남들은 일을 많이 하고(부지런), 저는 조금 덜 했다는(바지런) 말이 되죠. 우리말에는 이런 섬세한 차이까지도 표현할 수 있는 참 좋은 말입니다.
정     그렇죠. 우리말, 참 아기자기한 표현들이 많아요.
성     요즘 식당에 가면 밥을 먹은 후, 입가심으로 구수한 국물이 있는 ‘눌은밥’을 드시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요. 그렇게 먹는 것은 ‘누룽지’가 아니라 ‘눌은밥’입니다.  ‘누룽지’는 “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으로 딱딱하게 굳은 것을 말하고, ‘눌은밥’은 “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에 물을 부어 불려서 긁은 밥”을 말합니다. 밥을 먹은 후 입가심으로 먹을 구수한 국물이 있는 것은 ‘누룽지’가 아니라 ‘눌은밥’이죠. 따라서 밥 다 먹고 나서, “아줌마! 이제 여기 눌은밥 주세요!” 라고 하셔야 합니다.
정     아 날씨도 쌀쌀해지는데 구수한 눌은밥 생각이 절로 나네요..
성     그렇죠. 요즘 날씨가 꽤 춥죠?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에 어르신들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가끔 받는데요. ‘뇌졸중’ 말씀을 좀 드릴게요. 병 이름에는 어떤 증상을 나타내는 게 참 많죠? 협심증 등이 그런 예인데요. ‘뇌졸중’도 뇌에 피가 잘 통하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고 생각하고, ‘뇌졸증’이라고 하시는 분이 계시는 데요. ‘뇌졸증’이 아니라 ‘뇌졸중’입니다.
정     아. 뇌졸중이었군요. 그냥 뇌졸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계속해서 다음 내용 소개해주시죠
성     방송에서 말씀으로만 설명드리니까 복잡한 것은 말씀드리기 어려운데요.  그래도 사이시옷은 꼭 필요하니까 틈틈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이시옷은 “두 단어를 합쳐 한 단어로 만들 때 뒤에 오는 단어 첫 음절을 강하게 발음하라는 뜻으로 앞 단어 마지막에 넣어주는 시옷”입니다. 즉, 사이시옷은 한 단어에는 없습니다.
   단어와 단어가 합쳐져서 한 단어를 만들 때, 뒤에 오는 단어를 강하게 발음하라는 의미로 신호로 모음으로 끝나는 앞 단어의 마지막에 ㅅ을 넣어주는 거죠. 따라서 뒤에 오는 단어가 이미 경음(ㄲ,ㄸ,ㅃ,ㅆ,ㅉ)이나 격음(ㅊ,ㅋ,ㅌ,ㅍ)이면 사이시옷을 쓰지 않습니다. 사이시옷이 없어도 이미 강하게 발음이 되잖아요. 그래서 갈비와 찜이 합쳐지면 갈빗찜이 아니라 갈비찜인데요. 갈비+찜에서 뒤에 오는 단어가 찜으로 경음이 있으므로, 앞에 오는 단어 갈비에 ㅅ을 붙일 수 없죠. 같은 경우로 ‘뱃탈’이 아니고 ‘배탈’이고, ‘홋떡’이 아니고 ‘호떡’인거죠.
정     아.. 조금만 어려워져도 머리가 복잡해지네요..^^
성     앞에서 사이시옷은 두 단어가 합쳐져서 하나의 단어가 될 때...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두 단어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쓰는 단어는 우리 고유어와 한자어, 외래어가 있는데, 사이시옷은 고유어와 한자어의 합성에만 사용됩니다. 외래어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핑큿빛’이 아니고 ‘핑크빛’이며, ‘피잣집’이 아니고 ‘피자집’이 맞죠.
정     예. 그렇군요.
성     앞에서 사이시옷은 두 단어가 합쳐져서 하나의 단어가 될 때...라고 했습니다. 그 두 단어 중 한자어와 한자어가 결합할 때는 딱 여섯 가지 단어만 사이시옷을 씁니다.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이렇게 여섯 가지만 사이시옷을 쓰고 다른 한자어와 한자어의 합성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습니다. 이 규정에 따라 ‘싯가’가 아니라 ‘시가’고 ‘잇점’이 아니라 ‘이점’이며, ‘댓가’가 아니라 ‘대가’고, ‘촛점’이 아니라 ‘초점’이 되는거죠.
   국어학자가 아닌 제가 생각해도 좀 문제가 있는 규정인데요. 어쨌든 현재 맞춤법 규정에서는 한자어와 한자어가 결합할 때는 딱 여섯 가지 단어만 사이시옷을 씁니다.
정     간단한 내용, 몇 개만 더 소개해 주시죠.
성     요즘 언론에서 토론회를 자주하는데요. 특정 분야를 대표할 만한 분들을 모셔다가 토론을 하죠. 그런 경우 “내로라 하는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내로라’가 맞는지 ‘내노라’가 맞는지 헷갈리시죠? 많은 사람들이 ‘내노라’라고 발음하시는데요. 어떤 분야를 대표할 만한 사람은 ‘내로라’하는 사람입니다. 내로라 하는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한거죠.
   그리고 요즘은 애를 많이 낳지 않아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데요. 그러다보니 식구가 많지 않죠. 이런 것을 단출하다고 할까요, 단촐하다고 할까요? 많은 분들이 ‘단촐’로 알고 계시는데, 식구나 구성원이 많지 않아서 홀가분하다는 뜻은 ‘단출’입니다. 식구가 단출한겁니다.
정     아. 단촐이 아니라 단출이군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단촐로 알고 계셨을 텐데요...
성     예, 많은 분들이 그렇게 알고 계셨을 겁니다.
  아침에 세수하고 깨끗이 빨아 말린 수건으로 닦으면 기분이 참 좋은데요. 깨끗이 빨아 말린 베, 무명 등이 피부에 적당히 거슬리는 모양은 ‘고슬고슬’일까요. ‘가슬가슬’일까요?
   고슬고슬은 ‘(밥이) 질지도 되지도 않고 알맞은 모양’을 말하고, 깨끗이 빨아 말린 베, 무명 등이 피부에 적당히 거슬리는 모양은 ‘고슬고슬’이 아니라 ‘가슬가슬’입니다. 아침에 ‘가슬가슬’한 새 수건으로 씻고, 점심때 고슬고슬한 밥을 드신 겁니다.  고슬고슬과 가슬가슬, 우리말은 참 소리도 예뻐요 그쵸?

'마감된 자료------- > 성제훈의우리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 아니요  (0) 2006.01.12
CBS 우리말 우리가 6  (0) 2006.01.09
CBS우리말 우리가 4  (0) 2006.01.09
수작부리다/휴대전화/오래만  (0) 2006.01.07
시각과 시간  (0) 2006.01.0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