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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문화 이대로 좋은가 1

또다른공간-------/IT로만든공간

by 자청비 2006. 1. 2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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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악플'의 아수라장… 타인 불행에 `낄낄'
 포털사이트들이 `포털권력'으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으나 포털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이버 테러, 명예훼손 등 부작용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최근 검찰의 인터넷 악성 댓글 형사처벌 방침과 `황우석 사태' 등을 계기로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의 문제점과 해법을 짚어본다
 “당해도 싸다. X가지 없는 X같은 X들. 찔린 X이나쁜 X”(19일 출근길 강도의 칼에 찔린 20대 여성 뉴스에 대해, 네이트닷컴 한 회원) 포털사이트들이 악성 댓글, 이른바 `악플'을 다는 일부 네티즌(`악플러')들로 오염되고 있다.  주로 뉴스 댓글란 등에서 `서식'하는 악플러들은 악랄하고 증오에 가득 찬 악플을 대량으로 쏟아내면서 포털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 검찰이 임수경씨 아들 사고사에 대해 악의적 댓글을 단 네티즌들을 형사처벌하기로 한 사례는 이러한 악플러들의 해악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무차별적·가학적…신종 악플 판친다 = `개똥녀 사건' 등에서 나타났듯이 그간의 악플은 사회 통념상 문제 있는 행동을 네티즌들이 과도하게 비난하는 과정에서우발적으로 빚어진 것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고 있는 신종 악플들은 오히려 피해자들을 집중적으로 조롱하는 무차별적이고 극히 가학적인 성격으로 기존 악플들과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요즘 싸가지 없는 종자들은 칼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린다”, “한국이 싫다고 떠난 X끼들 어떻게 뒈X든 뭐가 대단하냐”, “잘했다 진정한 참 아버지다”(21일 미국 시카고에서 15세 한인 소녀가 계부의 칼에 찔려 숨진 사건 뉴스에 대해, 다음 회원들) “그냥 안락사시키면 다 해결된다. 시신은 거름으로 써라”, “보상금 받아 먹으려고 악을 쓰는구나”, “X신 판정 받아서 연금이나 받아 X먹어라 X신새X”(작년 12월 26일 총기난사 사건 후유증에 시달리는 생존자 뉴스에 대해, 네이트닷컴 회원들) “전라도에 내린 하늘의 저주다”, “40년간 노란색만 99% 지지한 대가다”, “DJ 따라다니던 인간들에게 하늘이 노했다”(작년 12월 호남 폭설 뉴스에 대해, 네이버 회원들) 댓글의 악랄함이 상상을 초월하는 지경으로 진화하면서 악플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도 날로 양산되고 있다.
 시카고에서 피살된 한인 소녀의 급우라는 한 다음 회원은 “고통스럽게 숨진 친구에 대해 사람들이 안타까워할 줄 알았다”며 “그러나 `미국으로 간 X들은 죽어야한국이 깨끗해진다', `타국에서 참 좋은 일을 했다'는 등의 댓글 뿐이었다”고 썼다.  이 회원은 “댓글을 보고 너무 슬퍼서 참아왔던 눈물이 울컥 쏟아져내렸다”며 “재미교포가 무슨 나쁜 잘못을 했길래 미국에 온 지 1년 된 어리고 연약한 열다섯살소녀가 죽임을 당했는데 그러는지 가슴이 아프고 화가 난다”고 슬퍼했다.
 아들의 사고사에 대해 악플을 단 악플러들을 고소한 임수경씨의 경우 아들이 숨진 충격 등으로 사회 활동을 접고 경남 합천군의 한 사찰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고 동아일보는 보도했다.
 ◇소수의 악플러가 물 흐린다 = 이같은 악플러들은 숫적으로는 전체 네티즌의극히 일부에 불과하나 대부분 포털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악플을 올린다는 것이 포털업계 등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황우석 교수 사건 뉴스에 대해 “권력의 시녀 역할을 못했다고 검찰총장을 사퇴시키는 빨갱이 정권 죽어라 개X끼야”는 악플을 `도배'하는 등 내용상 별 관련이 없는 기사에도 악플을 집요하게 다는 것은 악플러 특유의 행태 중 하나다.
 심지어 악플러들이 특정한 정치적 주장을 선전하거나 좋아하는 연예인을 옹호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듯한 움직임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 이재정 전 의원의 얼굴에 맥주를 끼얹어 물의를 빚었다는 작년 7월21일자 네이버 뉴스의 경우 이 전 의원을 비난하는 댓글이 연속 3개가달렸으나 댓글 작성자가 ID는 다르면서 인터넷 주소인 IP(인터넷 프로토콜)는 동일해 같은 사람이 ID를 바꿔가며 활동하는 것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추측을 낳았다.  포털 드림위즈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연예인 관련 뉴스나 게시물에 경쟁 연예인의 팬들이 고의적으로 인신공격성 댓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정확한 비율은 조사해봐야 알 수 있지만 소수 악플러들이 다수의 악플을 쏟아내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포털 굼뜬 대응…해결의지 있나 = 악플이 사회문제화되고 특히 작년 7월 사이버 명예훼손 피해자가 포털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등 포털에 화살이 날아오면서 포털들도 악플을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경우 16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24시간 댓글등을 모니터링해 하루 7천∼8천여개의 댓글을 삭제하고 300∼400여명의 ID에 징계를 가한다.
 또 댓글을 일단 감춰놓고 이용자가 버튼을 눌러야 볼 수 있게 해 이용자가 댓글로 인해 흥분하는 경우를 줄였으며 악플이 집중적으로 붙는 기사는 아예 댓글쓰기를막아놓기도 한다.
 다음·야후코리아 등 다른 포털들도 비슷한 모니터링 활동을 벌여 문제성 댓글을 삭제하고 댓글란에 악플 신고 버튼을 둬 이용자들의 악플 신고를 돕고 있다.
 포털들은 욕설 등 금칙어는 애초 댓글로 올리지 못하게 하고 금칙어를 포함한 각종 문제성 키워드를 검색해 골라내는 방식으로 악플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굳이 욕설을 쓰지 않더라도 다른 표현을 통해 얼마든지 악플을 달 수 있어 이런 삭제 위주의 대응 방식은 악플을 뿌리뽑는데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단 금칙어나 특정 이슈와 관련된 키워드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사안에 따라 댓글을 모두 읽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수십만개의 댓글*을 하나하나 100% 검사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작년에 `연예인 X파일 사건' 등 악플로 인한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자 포털들은댓글 시스템을 바꿔 악플을 줄이겠다고 공언했으나 해가 바뀌도록 시스템에서 특별히 바뀐 것은 없다. 네이버 등 포털들은 작년 하반기에 작성자별로 댓글을 모아서 기록하는 등 악플을 줄이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대다수는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또 대부분 포털이 로그인을 해야만 댓글을 남길 수 있는 것과 달리 네이트닷컴등 일부 포털은 로그인을 거치지 않고 마음대로 댓글을 남길 수 있게 해 무책임한악플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댓글이 포털의 페이지뷰를 높이는데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으므로 포털이 악플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공중화장실' 댓글 시스템 = 포털 악플의 근본적인 원인은 두세 줄짜리 조각글을 쓰는 방식의 댓글 시스템에 있다는 비판이 학계 등에서 일고 있다.
 네티즌들이 블로그·미니홈피를 자기 집 안방처럼 소중하고 깨끗이 쓰는 것과대조적으로 댓글란은 공중화장실처럼 누구나 간편히 자신의 감정을 배설하고 지나갈수 있어 지저분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현재의 댓글 시스템은 독자적인 글을 쓰는 것이아니라 지나가면서 한 마디씩 내뱉도록 돼 있어 작성자들이 자기 글이라는 책임의식이 없이 감정을 단순 배설하도록 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는 작년 8월 한 세미나에서 “포털의 댓글 시스템만바꿔도 사이버 폭력을 개선할 수 있다”며 “포털의 기사 등 1차 정보와 그에 대한 댓글은 별도로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야후코리아는 뉴스 바로 밑에 댓글란을 붙였으나 야후닷컴은 뉴스댓글을 쓰려면 토론을 다시 클릭해야 한다”며 “댓글로 감정을 피력할 사람은 그들을위한 공간에서 놀도록 하고 댓글은 찾아보려는 사람만 볼 수 있게 해 1차 정보와 혼용돼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가치로 전달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그런 비판들을 염두에 두고 네티즌들이 책임감을갖고 글을 쓰도록 여러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며 “다음 달부터 하나하나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포털들이 댓글 문제를 고칠 의지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며 매우 심각하게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이용자 입장에서 그런 장치들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럽고 점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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