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끔]
흔히, "작은 구멍이나 틈 따위가 깊고 또렷하게 나 있는 모양"을 '빼꼼히'라고 하는데요. 이는 '빠끔히'를 잘못 쓴 겁니다. 문을 빠끔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문창호지에 구멍이 빠끔 나 있다./바람에 문이 빠끔히 열렸다처럼 '빠끔'이라고 써야합니다. '빼꼼'이 아닙니다.
^^*
'빠끔'의 큰말은 '뻐끔'입니다. '뻐끔'은 "큰 구멍이나 틈 따위가 깊고 뚜렷하게 나 있는 모양"을 말하죠.
문을 '빠끔'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보다
문을 '뻐끔'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가
문을 좀 더 많이 열었다고나 할까요. ^^*
[현해탄을 건너다]
아침에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는데, 어떤 사기꾼이 사기를 치면서 하는 말이, “그 감독 현해탄 건너서 일본에
가셨다”라고 말하더군요. 사기꾼이라서 그런지 말도 사기꾼답습니다. ^^* 흔히 일본을 대신하는 말로 ‘현해탄’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 썩어빠진 정치인들과 일부 방송에서 즐겨 쓰는 말로, ‘현해탄은 알고 있다’, ‘현해탄 격랑 예고’… 따위죠.
현해탄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규슈(九州) 사이에 있는 해협입니다. 한자로 玄海灘이라고 쓰고, 이를 일본에서는 ‘겐가이나다’로
읽습니다.
그게 왜 현해탄이죠? ‘대한해협’이잖아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 줄곧 ‘대한해협’이라고 배우지
않았나요? 나이 들어 머리에 뭔가 좀 든 것처럼 행세하려고 보니, ‘대한해협’이라고 하면 좀 초라하게 느껴지고, ‘현해탄’이라고 하면 좀
거들먹거릴 수 있어서 일까요? 대한해협을 현해탄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땅 독도(獨島)를 일본 한자표기를 빌려
죽도(竹島·다케시마)로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독도’를 ‘죽도’라고 하는 한국 사람이 있으면 그놈이 제정신이겠어요?
대한해협도 마찬가집니다. 대한해협을 현해탄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 ‘덴깡’부리고 있는 겁니다. ‘덴깡’이 뭐라는 말씀은 드렸었죠?
^^*
일본 정치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이는 망언에 혼자 열 받을 게 아니라, 내가 쓰고 있는 일본말 찌꺼기와 일제 식민지 잔재부터
걷어낼 일입니다. 말 나온 김에 하나만 더 짚고 넘어갈게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일본에 간다는
말을, “일본에 들어간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말은 일제 강점기 때 한국에 나와 있는 일본 사람이 자기 나라에 들어갈
때 하는 말입니다. 지금이 일제치하인가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일본사람이에요? 아니잖아요. 근데 왜 일본에 ‘들어가는’거죠? 그냥 일본에
간다고하면 되잖아요.
어쭙잖게 외국물 먹은 사람들이 문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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