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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방송원고 10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6. 1. 3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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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요즘 대형 할인점에 가면 세일 대신 에누리란 말을 놓는 경우도 있던데요…좋은 현상이죠?  성     예, 요즘 대형 할인점에 가면 ‘세일’이라는 단어대신 ‘에누리’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요. 참 좋은 현상입니다. 우리말에 어울리는 단어가 없다면 모를까 좋은 단어가 있는데도 굳이 영어를 가져다 쓸 필요는 없죠. ‘에누리’도 참 좋은 우리말입니다. 재밌는 것은 이 ‘에누리’는 정반대의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곧, ‘에누리’는 주인이 가격을 높게 불러 손님에게 바가지 씨운다는 뜻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가격을 깎아 준다는 뜻도 있습니다. 당연히, 할인점에 붙은 '에누리'는 정가보다 깎아준다는 말이겠죠.  그리고 할인점에 가면 ‘시식 코너’가 있죠? 상품을 직접 먹어보고 살 수 있도록 맛보기로 음식을 내 놓는 곳인데요. 그런 음식을 ‘맛보기’라고 합니다.
정     그럼 ‘맛배기’나 ‘맛빼기’는요?
성     ‘맛배기’나 ‘맛빼기’는 사투리도 아닌 사전에 없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말 나온 김에, ‘세일’을 ‘에누리’로 바꿨듯이, ‘시식 코너’도 ‘맛보기’로 바꾸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정     사람들이 ‘이르다’와 ‘빠르다’를 많이 헷갈리는 것 같은데요.
성     예, ‘이르다’와 ‘빠르다’는 다른 말입니다. '빠르다'는 속도를 나타내는 경우에 사용하고, '이르다'는 시간이나 시기를 나타낼 때에 씁니다. ‘경기회복 빨라야 내년초’ 이런 기사는 틀린 겁니다.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를 말하는 것이므로, ‘경기회복 일러야 내년초’라고 해야 합니다.  또, 윗분이 “이 일 언제까지 끝낼 수 있는가?”라고 물으면 “빨라야 다음주 초에나 끝날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하면 안 됩니다. “일러야 다음주 초”라고 해야 합니다. 이와 달리,  ‘빠르다’는 속도를 나타내므로, 말이 자전거보다 빨리 달린다처럼 쓰죠.
정     헷갈리는데, 예를 들어서…
성     예를 들어, ‘내일 아침에 일찍 오라’는 말과 ‘내일 아침에 빨리 오라’는 말은 다른 뜻입니다. ‘아침에 일찍 오라’는 정해진 시각까지 늦지 말게 오라는 말이고, ‘아침에 빨리 오라’는 걸어서 오지 말고 차를 타고 짧은 시간 내에 오라는 뜻이 됩니다.
정     그렇군요. 일찍은 시기와 관련된 말이고, 빨리는 속도와 관련된 말입니다….
성     그런 비슷한 게 또 있습니다. “아침에 차가 막혀 늦었다”와 “아침에 차가 밀려 늦었다”도 다른 말입니다.   ‘막히다’는 “길이나 통로 따위가 통하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아침에 차가 막혀 늦었다”는 아침 출근길에 길이 막혀 그 길로 오지 못하고 돌아오느라 늦었다는 뜻이 됩니다.   한편, ‘밀리다’는 “처리하지 못한 일이나 물건이 쌓이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아침에 차가 밀려 늦었다”는 출근길에 차가 너무 많아 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늦었다는 말입니다.
정     그럼, ‘막히는 길’은 갈 수 없는 거고, ‘밀리는 길’은 늦게라도 갈 수 있는 거네요?
성     그렇습니다. ^^*
정     우리말은 발음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말이 참 많은데요. 그런 말 좀 소개해 주세요.
성     뭔가 떳떳하지 못한 변명을 ‘궁색한 변명’이라고 하죠? 그 때 쓰는 말은 ‘궁색한’이 아니라 ‘군색한’이라고 해야 합니다 ‘궁색하다’는 ‘몹시 가난하다’는 뜻으로, ‘궁색한 집안/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궁색한 살림을 꾸려나가셨다.’처럼 씁니다.   ‘자연스럽거나 떳떳하지 못하고 거북하다.’는 뜻의 단어는 ‘군색하다’입니다. ‘군색한 표현/군색한 변명을 늘어놓다.’처럼 씁니다.  또, 뭔가 못마땅하여 군소리를 듣기 싫게 자꾸 할 때, ‘궁시렁댄다’고 하는데요. 국어사전에 '궁시렁대다‘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구시렁대다’가 맞습니다 .
정     학교 담임 선생님에서 담임의 발음이 어렵다고요?
성     예, 어떤 학급이나 학년을 책임지고 맡아 보는 선생님을 담임[다밈]선생님이라고 하는데요. 이 [다밈]을 흔히 [다님]이라고 발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님선생님]처럼요. 학생이건 학부모건 [다님선생님]이라고 발음하면, [다밈선생님]이라고 바로잡아 주셔야 합니다.
정     말 나온김에, 학부형과 학부모는 어떻게 다른가요?
성     ‘학부형’이나 ‘학부모’ 모두 “학생의 보호자”라는 뜻으로 국어사전에 있는 말입니다. 옛날 60-70년대 난리통에 사람이 많이 죽어 형님이 부모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 때 나온 말이 ‘학부형’입니다. “학생의 아버지나 형이라는 뜻”이죠. 그러나 요즘은 학생의 보호자는 주로 “학생의 아버지나 어머니”이므로, 학부모라고 쓰는 게 더 어울리는 말이죠.
정     끝으로 하나만 더…
성     끝으로 좋은 우리말하나 소개드릴게요.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단어가 potluck party 인데요. 손님이 각자 조금씩 요리를 준비해 와 함께 즐기는 파티를 말합니다. 파티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오는 사람 모두 큰 부담이 없어서 요즘 유행한다고 하는데요. 이런 형태의 잔치를 말하는 순 우리말이 있습니다. ‘도르리’라는 단어인데요. 요즘 같은 연말에 사람들이 모일 때 살려 쓸 수 있는 좋은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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