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죄와 벌 이야기 좀 할게요. 흔히, "너 그러면 죄 받는다."라는 말을 하는데요. 이 말은 '죄'와 '벌'을 구별하지 못하고 쓰는
것입니다. '죄(罪)'는 "양심이나 도리에 벗어난 행위"로, 죄를 범하다/죄를 저지르다/죄를 짓다/죄가 많다처럼 씁니다.
'벌(罰)'은
"잘못하거나 죄를 지은 사람에게 주는 고통"으로, 엄한 벌/벌을 내리다/벌을 받다/벌을 주다/벌이 무겁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너 그러면
죄 받는다."라는 말은, "너 그러면(그런 죄를 지으면) 벌 받는다"라고 해야 맞습니다.
죄는 짓고, 벌은 받는 겁니다. 당연히, 죄를
짓지 않으면 벌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그러고 나서]
‘모를 못자리에서 논으로 옮겨 심는 일’인 모내기를 하기 전에 먼저 논을 고르죠. 그게
바로 ‘써레질’입니다. 모내기는, 써레로 논바닥을 고르거나 흙덩이를 잘게 부수고, 그리고 나서 그 위에 모를 심는
거죠. 맞죠?
농사일의 순서는 맞는데, 맞춤법은 틀렸네요. ^^* 흔히 ‘그리고 나서’를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에 ‘나서’를 붙여 ‘그리고 나서’라고 쓰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러고 나서’라고 써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의 ‘그러고’는 ‘그리하고’의 준말이고, ‘나서’는 보조동사 ‘나다’를 활용한 형태죠. 여기서 ‘나다’는 “일을 끝내고 나니
홀가분하다”처럼 ‘-고 나다’의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 끝났음을 나타냅니다.
‘저러고 나서’ ‘이러고 나서’의 경우는
어떨까요? ‘저러다’는 ‘저리하다’, ‘이러다’는 ‘이리하다’의 준말입니다. 둘 다 동사이므로 ‘-고 나다’가 붙어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리고’는 동사가 아니라 접속부사이므로 ‘그리고 나다’의 형태로 쓸 수 없습니다. “써레질을
했다. 그리고 나서 모내기를 했다.”에서, 죽어도 ‘그리고’를 살려 쓰고 싶다면, 뒤에 오는 ‘나서’를 빼면 됩니다. “써레질을 했다. 그리고
모내기를 했다.”라고 쓰시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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