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가 몇 년 전부터 나온 음료수 인지는 모르지만, 맷집 하나는 대단합니다. 언론이나 한글학자들이 그렇게 조져도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 마신 박카스 상표에도 여전히, '피로 회복'이라고 씌어 있더군요. 동아제약에서 하고 싶은 말은, 그 음료수를 마시면 피로가 풀린다는
말일 텐데,
'피로 회복'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회복(回復/恢復)'은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을 뜻합니다.
병으로 잃었던 건강을 회복했다/한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몇 시간 후에야 의식을 회복했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피로 회복'은
'피로를 회복한다'는 말로, 지금 건강하고 좋은데, 다시 피곤한 상태로 돌아간다는 말이 됩니다. 당연히 '피로 회복'이 아니라, '피로 해소'나
'원기 회복'으로 써야죠.
맷집 좋은 동아제약은 이런 지적을 수십 년 동안 받고도 끄떡도 안 하고 있습니다. 동아제약은 이렇게 지적하는 게
오히려 자기 회사 선전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하긴...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사전에도 '회복'이라는 단어를 활용하는 예로, '피로 회복'이
나와 있으니 동아제약 맷집만 이야기 할 일도 아니네요.
국립국어원은, "관용구 중에는 때로 합리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언중들
사이에서 고정된 의미로 일반화되어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로 회복"이나 "안전 사고" 따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런 표현들은
고정된 의미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기 때문에 규범적으로 무조건 틀렸다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라는 궤변으로 '피로 회복'을 사전에
올려놨습니다. 하루빨리 사전을 고쳐 잃은 명예를 회복하길 빕니다. ^^*
※맷집[매찝/맫찝]은 "매를 견디어 내는 힘이나 정도"로, 맷집이 약하다/이리 비척 저리 비척 맷집 좋게 맞았다처럼 씁니다. 다른 뜻으로, "때려 볼 만한 통통한 살집"이나, "툭하면 매를 잘 얻어맞음을 이르는 말"을 뜻하기도 합니다.
[끼여들기 >> 끼어들기]
흔히, ‘차가 옆 차로로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서는 일’을 ‘끼여들기’한다고
하는데요. 그건 틀린 겁니다. ‘끼여들기’가 아니라 ‘끼어들기’입니다. 어떤 사전에 보면,
‘끼어들다’나 ‘끼어들기’가 없고, 오히려, ‘끼여들다’를 표제어로 올린 사전이 있는데요. 국립국어원에서
1999년에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끼여들다’를 빼고, ‘끼어들다’만 넣었습니다. ‘끼어들다’만 표준어로 인정한
것이죠. ‘끼어들다’는 자기 순서나 자리가 아닌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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