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잊어버리다'와 '잃어버리다'의 차이를 말씀드릴게요. 글로 쓸 때는 별로 헷갈리지 않는데, 발음할 때는 많은 분이
헷갈리시더군요. '잊다'는 "한번 알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다."는 뜻으로, 수학 공식을 잊다/영어 단어의
철자를 잊다/영화 제목을 잊었다처럼 씁니다. '잃다'는 "가졌던 물건이 없어져 그것을 갖지 아니하게 되다."는 뜻으로, 가방을 잃다/복잡한 시장
거리에서 지갑을 잃었다.처럼 씁니다.
기억하기 좋게, '잊다'와 '잃다'의 구별은, 관련된 물건이 있으면 '잃다'고, 물건이 없으면
'잊다'입니다. 물건은 잃어버린 것이고, 기억은 잊어버린 것이고...^^* 여기까지는 다 아시죠?
문제는 발음입니다. 물건을
잃었을 때, 잃어버리다의 발음은 [이러버리다]입니다. 기억을 잊었을 때, 잊어버리다의 발음은 [이저버리다]입니다. 발음이 서로 비슷하죠?
[이저]와 [이러]... 그러나 뜻은 앞에서 설명한대로 전혀 다릅니다.
학교에 가서 우산을 [이러]버린 것이고, 시장에서 지갑을
[이러]버린 겁니다. 나쁜 기억을 [이저]버린 것이고, 옛 애인을 [이즌]겁니다. 발음을 조심하시라고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나는 너를 잊었다.'와 '나는 너를 잃었다.'의 차이인데요. '나는 너를 잊었다[이젔다].'고 하면, 서로 헤어져
기억에서 지웠다는 의미이고, '나는 너를 잃었다[이렀다].'고 하면, 네가 죽어서 저 세상으로 갔다는 말이 됩니다. 발음 하나, 자음 하나
차이로 사람이 죽고 사는 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매다/메다]
‘매다’와 ‘메다’의 차이에 대해서도 말씀드릴게요. 간단하게, ‘매다’는 무엇을 묶는
행위를 가리키고, ‘메다’는 무엇을 어깨에 얹는 행위를 나타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물건을 어깨에 걸치거나
올려놓을 때, 책임을 떠맡을 때, 목구멍이 막히거나 무엇이 가득 찰 때는 ‘메다’를 씁니다.
핸드백을 어깨에 메다
/ 총을 메다 / 너는 이 회사의 장래를 메고 갈 사람이다 / 하수도 구멍이 메었다 / 가슴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처럼 쓸 수 있습니다.
반면, ‘매다’는 주로 끈이 풀리지 않게 묶는 일에 사용하고, 저 같은 사람이 논밭의 잡풀을 뽑는다는
뜻도 있습니다.
넥타이를 매다. / 신발 끈을 매다. / 그는 그 일에 목을 매고 있다. / 김을 매다. 처럼 쓸 수
있습니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쓰면, ‘가방을 메고, 신발끈을 맨 후 출근했다’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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