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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다/잃어버리다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6. 2. 1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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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잊어버리다'와 '잃어버리다'의 차이를 말씀드릴게요.  글로 쓸 때는 별로 헷갈리지 않는데, 발음할 때는 많은 분이 헷갈리시더군요.  '잊다'는 "한번 알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다."는 뜻으로, 수학 공식을 잊다/영어 단어의 철자를 잊다/영화 제목을 잊었다처럼 씁니다. '잃다'는 "가졌던 물건이 없어져 그것을 갖지 아니하게 되다."는 뜻으로, 가방을 잃다/복잡한 시장 거리에서 지갑을 잃었다.처럼 씁니다.
기억하기 좋게, '잊다'와 '잃다'의 구별은, 관련된 물건이 있으면 '잃다'고, 물건이 없으면 '잊다'입니다. 물건은 잃어버린 것이고, 기억은 잊어버린 것이고...^^*  여기까지는 다 아시죠?
문제는 발음입니다. 물건을 잃었을 때, 잃어버리다의 발음은 [이러버리다]입니다. 기억을 잊었을 때, 잊어버리다의 발음은 [이저버리다]입니다. 발음이 서로 비슷하죠? [이저]와 [이러]... 그러나 뜻은 앞에서 설명한대로 전혀 다릅니다.
학교에 가서 우산을 [이러]버린 것이고, 시장에서 지갑을 [이러]버린 겁니다.  나쁜 기억을 [이저]버린 것이고, 옛 애인을 [이즌]겁니다. 발음을 조심하시라고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나는 너를 잊었다.'와 '나는 너를 잃었다.'의 차이인데요. '나는 너를 잊었다[이젔다].'고 하면, 서로 헤어져 기억에서 지웠다는 의미이고, '나는 너를 잃었다[이렀다].'고 하면, 네가 죽어서 저 세상으로 갔다는 말이 됩니다. 발음 하나, 자음 하나 차이로 사람이 죽고 사는 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매다/메다]
 ‘매다’와 ‘메다’의 차이에 대해서도 말씀드릴게요.  간단하게,  ‘매다’는 무엇을 묶는 행위를 가리키고,  ‘메다’는 무엇을 어깨에 얹는 행위를 나타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물건을 어깨에 걸치거나 올려놓을 때,  책임을 떠맡을 때,  목구멍이 막히거나 무엇이 가득 찰 때는 ‘메다’를 씁니다.
핸드백을 어깨에 메다 / 총을 메다 / 너는 이 회사의 장래를 메고 갈 사람이다 / 하수도 구멍이 메었다 / 가슴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처럼 쓸 수 있습니다.
반면,  ‘매다’는  주로 끈이 풀리지 않게 묶는 일에 사용하고,  저 같은 사람이 논밭의 잡풀을 뽑는다는 뜻도 있습니다. 
넥타이를 매다. / 신발 끈을 매다. / 그는 그 일에 목을 매고 있다. / 김을 매다. 처럼 쓸 수 있습니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쓰면,  ‘가방을 메고, 신발끈을 맨 후 출근했다’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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