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에서 정범구 박사가 진행하는 '뉴스 매거진'이라는 프로에, 매주 목요일 오전 9:40분부터 50분까지 전화로 인터뷰하는
내용입니다.
…………
정 오늘은 자주 틀리는 맞춤법 몇 가지 소개해주신다고요..
성 올해가 시작한 지 벌써 열흘이 넘었는데요. 정신 번쩍 들게 흔히 틀리는 맞춤법 몇 가지
소개 드릴게요. 얼마나 잘못 알고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조건이 복잡하거나 엄격하다”고 할 때, ‘까탈스럽다’가
아니라 ‘까다롭다’ “무엇을 갑자기 세차게 잡아당기다”는 것은 ‘나꿔채다’가 아니라 ‘낚아채다’ ‘드러나지 않게 가만히’
알려주는 것은 ‘넌즈시’가 아니라 ‘넌지시’ 알려주는 것이고, “집안 살림에 쓰는 온갖 물건”은 ‘세간살이’가 아니라
‘세간’이고(또는 살림살이), “무엇을 이루려고 애를 쓰거나 우겨대는 모양”은 ‘아둥바둥’이 아니라 ‘아등바등’이고, “잘 안될 일을
무리하게 기어이 해내려는 고집” ‘어거지’가 아니라 ‘억지’, 다리를 ‘오무’리는 게 아니라 ‘오므’리는 것이고, ‘할일없다’가 아니라
‘하릴없다’가 맞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습관적으로 잘못 쓰는 게 많습니다.
정 그러고 보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참 많습니다...
성 올해도 일주일에 예닐곱 개씩 새롭게 배워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창조적인 사람은 메모를 많이 한다는데... 딱히 메모할 게 없어 연필로 글씨를 아무렇게나 쓰는 걸 보고 '끄적이다'나
'끄적거리다'고 하는데요. 이건 틀린 말입니다. "글씨나 그림 따위를 아무렇게나 쓰거나 그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는, '끼적끼적'입니다.
따라서, '끼적이다', '끼적거리다', '끼적대다'처럼 써야 합니다. 글씨를 끼적이다/몇 자를 끼적거리다/수첩에 뭔가를 끼적거리고 있었다처럼요.
정 아! 끄적이다가 아니고 끼적이다였군요...
성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글씨를 아무렇게나 마구 쓰다"는 뜻으로 '갈겨쓰다'라는 단어가
있는데요. 이 단어도 '날려쓰다'로 많이들 알고 계신데 '날려쓰다'는 사전에 없는 단어입니다.
정 어린아이가 성의없이 밥 먹는 것을 보고 “깨작깨작 먹는다”고들 하는데, 이것도 잘못 쓰는
말인가요?
성 ‘깨작깨작’과 ‘끼적끼적’의 뜻은 같습니다. ‘깨작깨작’은 ‘끼적끼적’의
작은말로, "달갑지 않은 음식을 자꾸 마지못해 굼뜨게 먹는 모양."을 말할 때, “깨작깨작 먹는다”고 하거나 “끼적끼적 먹는다”고 하는 것은
맞습니다.
정 또 울궈내다, 울궈먹다.. 같이 써도 좋은 말인가요?
성 어떤 구실로 달래거나 위협해서 제 이익을 챙기거나 무엇인가를 억지로 얻어내는 것을
‘울궈낸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울궈내다’라는 말은 사전에 없습니다. 이것은 원래 ‘우리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것으로 표준어
형태로는 ‘우려내다, 우려먹다’입니다. 따라서 ‘돈을 울궈내다’가 아니라 ‘돈을 우려내다’로 해야 합니다.
정 비슷한 말로 ‘우리다‘ 란 말에 대해서도 좀 설명해주시죠
성 ‘우리다’에는 어떤 물건을 물에 담가서 그것의 성분이나 맛을 풀어서 낸다는 뜻도 있습니다.
‘차를 여러 번 우려먹다.’, ‘물속에 담가 두었다가 쓴맛을 우려낸다’, ‘한약을 여러 번 우려먹는다’, ‘쇠뼈를 세 번이나 우려먹었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정 저도 이 말 가끔 쓰는데요.. 물방울이 여러 개 있는 그림을 보고 땡땡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잘못된 말이죠?
성 여러 가지 크기의 물방울무늬를 그린 그림을 보고 ‘땡땡이
무늬’라고 하는데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점이 있어서 ‘땡땡이 무늬’라고 생각하시는데, ‘땡땡(ててん)’은 점점(点点)의 일본발음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양, 물방울이 떨어진 모양’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말이 아닙니다. 여기에 어울리는 우리말은 ‘물방울무늬’나, ‘점박이
무늬’입니다.
정 앞으로는 ‘땡땡이 무늬’ 대신 ‘물방울무늬’나 ‘점박이 무늬’로 써야겠네요.
끝으로, 쉬운 내용으로 마무리해주시죠 ^^
성 아주 쉬운 것으로, ‘반드시/반듯이’를
구분해 볼게요. 발음은 [반드시]로 두 개가 같습니다. ‘반듯이’는 “반듯하게”라는 뜻이고, ‘반드시’는 “틀림없이 꼭”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반듯하게 개어 넣은 국기/반듯하게 눕다/모자를 반듯하게 쓰다’처럼 쓰고, 언행은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인간은 반드시 죽는다처럼
씁니다.
[벌리다/벌이다] (0) | 2006.02.12 |
---|---|
염치불구/염치불고 (0) | 2006.02.10 |
바람만바람만 (0) | 2006.02.10 |
터울//짜깁기 (0) | 2006.02.10 |
잊어버리다/잃어버리다 (0) | 2006.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