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지난주에 자장면과 곱빼기 이야기하면서 눈곱은 눈꼽이 아니라 눈곱이 맞다고 하셨는데... 다시 한번
정리를 해주시죠!
성 예, “눈에서 나오는 진득진득한 액. 또는 그것이 말라붙은 것”은
‘눈곱’으로 쓰고, [눈꼽]이라고 발음합니다. ‘눈’은 사람 눈이고, ‘곱’은 “부스럼이나 헌데에 끼는 고름 모양의 물질”을 말합니다. 곧,
‘눈곱’은 ‘눈+곱’인데요. 합성어이므로 각각의 원형을 밝혀서 ‘눈곱’으로 쓰죠. 그러나 ‘배꼽’은 ‘배+곱’으로 나눌 수 있는
합성어가 아니므로, ‘배꼽’이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눈썹'도 마찬가집니다.
정 또, 지난주에
나왔던 내용인데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예의 바른 사람을 ‘경위 바른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 ‘경위’가 ‘사건의 경위’ 할 때 그 경위와 같은
말인가요?
성 예의 바른 사람을 말하는 경위는, 중국 경강과 위강에서 나온 말로, 탁한 경강과
맑은 위강이 함께 흘러도 구별이 뚜렷다하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일이 진행되어온 과정” 을 말하는 ‘경위’는 전혀 다른
한자입니다. 이 때의 경위는 날 경(經) 자, 씨 위(緯) 자를 씁니다. 위도, 경도를 말할 때 쓰는 바로 그 한자입니다. ‘날’은
“천, 돗자리, 짚신 따위를 짤 때 세로로 놓는 실”을 말하고, ‘씨’는 “천, 돗자리, 짚신 따위를 짤 때 가로로 놓는 실”을
말합니다. 곧, “직물(織物)의 날과 씨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 ‘경위’인데요. 마치 날실과 씨실을 엇갈리게 해서 존존한 베를 짜듯이
“일이 진행되어 온 낱낱의 과정”을 ‘경위’라고 합니다.
정 그래서 사건의 경위를 조사한다고
하면,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부터 결과까지를 자세히 조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군요?
성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경위에서 나온 말이 ‘쫀쫀하다’인데요. “소갈머리가 좁고, 인색하며 치사하다.”는 뜻이죠.
앞에서 나온
‘존존하다’는 “피륙의 발 따위가 잘고 곱다”는 뜻입니다. 이 ‘존존하다’의 센말이 ‘쫀쫀하다’인데요. 천이 빈틈없이 잘 짜진 것처럼, 사람이
좁고 인색한 것을 말하죠.
정 빈틈없는 천을 보고 속좁은 사람을 비유한 거군요...
정 오늘도 청취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 알아볼까요? - 시민 컷
(두리뭉실/두리뭉술/두루뭉실/두루뭉술/두리뭉시리)
정 정말 사람마다 각각 다르게 쓰는 것
같아.. 어떤 게 맞는지?
성 흔히, “말이나 행동이 분명하지 아니한 상태”를 ‘두리뭉실’
또는 ‘두리뭉술’하다고 하는데요. 그건 ‘두루뭉수리’가 맞습니다. ‘두루’는 “빠짐없이 골고루”라는 뜻이고, ‘뭉수리’는 “모가 나지
않음”이라는 뜻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두루뭉수리로 넘기면 안 된다’처럼 쓰셔야 합니다. 이 ‘두루뭉수리’를 줄여 ‘두루뭉술’이라고 하죠.
“말이 두루뭉술하여 의미가 분명치 않다”처럼 씁니다.
정 그런데 ‘두루뭉수리’란 말을 직접
사람에게도 쓸 수 있나?
성 쓸 수 있습니다. “말이나 행동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어서
또렷하지 못한 사람”을 ‘두루뭉수리’라고 하죠. ‘너 같은 두루뭉수리가 어떻게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니?’처럼 쓸 수 있습니다.
정 말이나 행동 따위가 철저하거나 분명하지 않을 때, ‘두리뭉실하다’고 하는데...
성 그것도 두루뭉술하다고 해야 합니다. ‘두루뭉실’이 아니라 ‘두루뭉술’입니다.
정 또, 말이나 행동을 적당히 살짝 넘기는 것을 어물쩡 넘어간다고 하는데, 어물쩡이 맞나
어물쩍이 맞나요?
성 “말이나 행동을 일부러 분명하게 하지 아니하고 적당히 살짝 넘기는
모양.”은 ‘어물쩍’이 맞습니다.
정 청취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 하나 더!
- 시민 컷 (살색 대신 무슨 색?) -
정 요즘 혼혈아의 아픔을 딛고 성공한 하인즈 우드 이야기가 화젠데요. 참 궁금한
게, 혼혈인들과 외국인들에게 살색은 우리와 다르잖아요... 살색이란 말이 그들에게도 있나요?
성 ‘살색’ 이야기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살색’이라는 색명은 황인종이 아닌 인종에 대해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라고 밝히고, 기술표준원에 한국산업규격(KS)을 개정토록
권고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2005년 5월 기술표준원에서는 ‘살색’ 대신 ‘살구색’이란 용어를 쓰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정 그럼 앞으로 살색이란 말을 쓰면 안 되는 것인가?
성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햇볕에 그을려 살색이 검다.’와 같이 ‘살갗의 색깔’이라는
의미로는 ‘살색’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 저녁에 친구들 만나 시원하게 맥주 한 잔
들이킨다고 하는데, 들이킨다가 틀린 말이라고요?
성 '들이키다'는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는
뜻으로,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발을 안쪽으로 들이킨다. 비가와 화분을 안으로 들이킨다처럼 씁니다. ‘들이켜다’는 우리가 아는대로 “물 따위를
마구 마시다”는 뜻입니다. 그는 목이 마르다며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있다처럼 쓰죠.
정 그럼
저녁에 친구들 만나 맥주 한 잔 하는 것은 맥주를 들이키는 게 아니라, 들이켜는 게 맞네요...
성 그렇습니다. 맥주는 마시는 것이니까, 들이켜는 게 맞습니다.
정 또 먹는 것과 관련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먹게 되는 호두과자. 호두과자가 맞아요,
아님 호도과자가 맞아요?
성 며칠 전이 보름이었는데요. 보름에 호두 많이 까먹죠? 이
‘호두’를 ‘호도’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호두’는 오랑캐 호(胡) 자에 복숭아나무 도(桃) 자를 쓰는데요. 한자로만 보면, ‘호도’가
맞습니다. 복숭아나무 도 자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호두’가 표준어입니다.
우리말에는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는 모음조화 규칙이 있는데, 요즘은 이 규칙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모음 ‘ㅗ’가 ‘ㅜ’로 변해버린 거죠. 이에
따라 호도(胡桃)가 호두가 되고 장고(杖鼓)가 장구가 되며, 자도(紫桃)가 자두가 된 거죠. 이렇게 발음이 변한 경우, 혼란을 막기 위해 어느
한 말을 표준어로 정하고 있는데, 모두 뒤에 오는 단어를 표준어로 했습니다. 그래서 호두, 장구, 자두가 표준어 입니다.
정 아름다운 우리말 하나 더 소개해 주시고 오늘 순서 끝낼까요?
성 오늘은 ‘빠삭하다’를 소개드릴게요. 어떤 일에 대해 아주 잘 알거나, 통달한 것을
말하는데요. “마른 잎이나 검불, 종이 따위를 가볍게 밟거나 뒤적일 때 나는 소리”가 ‘바스락’입니다. 이 ‘바스락’보다 센 소리가
‘빠스락’이죠. 이 ‘빠스락’에서 온 말이 바로 ‘빠삭’입니다. 그래서 '빠삭하다'하면, 아주 작은 소리도 알아차릴 정도로 세세한 것까지 잘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일을 자세히 알고 있어서 그 일에 대하여 환한 거죠. 그는 컴퓨터에 빠삭하다. 이분은 자동차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꿰고 있다. 대중가요는 빠삭한 모양이야처럼 씁니다. 사투리 같지만, 표준말이고 아름다운 순 우리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