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혈세(?)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6. 4. 5. 07:29

본문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노무현 대통령 옷걸이 1개에 132만원 '혈세낭비'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더군요.

http://www.donga.com/fbin/output?sfrm=1&f=total&&n=200603290304 

꼭 꼬집어야 할 내용을 잘 꼬집긴 했는데, 거기에 '혈세'라는 단어를 쓴 것은 문제가 좀 있네요. 기사를 쓴 기자는 '혈세'를 아까운 세금쯤으로 생각하신 것 같은데요. 사전에서 '혈세(血稅)'를 찾

아보면, "가혹한 조세"라고 나와 있고, 탐관오리가 백성들로부터 혈세를 거두어들였다. 가뜩이나 고생하는 백성들에게 군자금까지 내어 놓으라니, 그야말로 혈세 아닌가? 를 예로 들어놨습니다.
이렇듯, '혈세'는  정부가 가혹하게 걷는 세금, 또는 국민이 내기에 가혹한 세금입니다.
기자가 이 기사로 하고자 하는 말은, 정부가 가혹하게 세금을 걷는다는 게 아니라, 옷걸이 사는데 아까운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일 겁니다. 그렇다면, '혈세낭비'보다는, '아까운 세금 솔솔'이라는 제목이 더 낫지 않을까요? ^^*
우리말123 ^^*
보태기)
솔솔 : 물이나 가루 따위가 틈이나 구멍으로 조금씩 가볍게 새어 나오는 모양.

 

우리말편지를 받으시고, 한 분이 아래와 같은 답장을 보내오셨네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보기글로 '백성의 혈세를 범포한 영문 죄인들을 색출하시오!≪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가 나와 있습니다. 뜻풀이는 '가혹한 조세'로 하고 이런 보기글을 올린 게 좀 이상합니다.

<연세 한국어사전>은 '(국민의 피를 짜내듯이 걷은 세금이라는 뜻으로) 가혹한 세금'이라고 풀이하고는, 보기글로 '국민의 혈세로 마련한 총알을 이런 식으로 허비해도 된단 말인가?'를 넣었습니다.

<한(아래아) 국어대사전>(남영신)은 뜻풀이를 두 가지로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가혹한 조세'이고, 다른 하나는 '피땀 흘려 벌어서 낸 세금'입니다. 보기글로는 '공무원들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를 넣었습니다.
세 사전은 모두 혈세에 '가혹한 조세(세금)'라는 뜻과 '피 같은 세금'이라는 뜻이 함께 있는 걸로 보고 있습니다. 생각컨대, 처음에는 나라가 국민에게서 거두는 돈을 '세'로('세금'은 '돈'이라는 뜻을 드러내려고 '금'을 덧붙인 것이고, '조세'는 '세'의 뜻을 뚜렷이 하려고 '세'를 뜻하는 '조'를 덧붙인 것이겠지요), 가혹하게 거두어들여 국민이 피를 흘릴 만큼 될 때의 세를 '혈세'로 이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무릇 모든 세는 국민의 피라고 생각하게 되어 그 뜻을 강조하고자 '혈세'라는 말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혈세 낭비'보다 '아까운 세금 솔솔'이 훨씬 낫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지요. 언제쯤이나 우리 신문에서 그런 표현을 보게 될지, 또 답답해집니다 그려."
좋은 내용을 보내주신 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

'마감된 자료------- > 성제훈의우리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뇌두가 아니라 노두  (0) 2006.04.05
파경(破鏡)  (0) 2006.04.05
묘령(?)의 여인…  (0) 2006.03.29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  (0) 2006.03.28
띄어쓰기 2  (0) 2006.03.2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