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와 껍질
저는 우리말을 다룬 텔레비전 프로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 중 하나가 KBS에서 하는 상상플러스인데요. 지금 방송을
하고 있는데,
오늘은 10대들의 말로, "직접 찍은 사진"이라는 뜻의 '직찍'을 맞추는 것이 문제네요. 그 프로그램에서는, 맨 처음 문제를
맞춘 사람에게 주전부리를 주는데, 오늘 주전부리는 매실차였습니다. 그걸 먹게 된 한 연예인이 그 차에 먼지가 있다고 하자, 사회자가, "그건
먼지가 아니라 매실 껍데기"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안타깝게도 사회자는, '껍질'과 '껍데기'의 차이를 모르고 있네요.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로, 귤의 껍질을 까다, 양파의 껍질을 벗기다, 이 사과는 껍질이 너무 두껍다처럼
씁니다. '껍데기'는, "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로, 달걀 껍데기를 깨뜨리다, 나는 굴 껍데기가 닥지닥지
달라붙은...처럼 씁니다. 따라서, 매실의 겉껍질은 '껍데기'가 아니라 '껍질'이 맞습니다.
우리말123 ^^*
◇벼슬과 볏
KBS2에서 하는 스펀지라는 프로그램에서, 길게 우는 닭을 소개하면서, 그 닭은 걷는 것도 우아하고,
'벼슬'도 품위가 있다고 소개하더군요. '벼슬'이 뭐죠? '벼슬'은 "관아에 나가서 나랏일을 맡아 다스리는
자리"입니다. "닭이나 새 따위의 이마 위에 세로로 붙은 살 조각"은, '벼슬'이 아니라 '볏'입니다.
◇치르다와 치루다
월드컵을 앞두고 평가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평가전을 치르다'를 좀 볼게요.
흔히, 평가전을 치루다, 값을
치루다, 초상을 치루다, 전쟁을 치루다, 시험을 치루다처럼 무슨 일을 겪거나 마치는 것을 두고 '치루다'고 하는데, 이건 틀린 겁니다.
'치르다'가 맞습니다.
'치르다'는, "주어야 할 돈을 내주다."는 뜻으로, 잔금을 치러야 한다, 옷값을 치르고 가게를 나왔다처럼 쓰고,
"무슨 일을 겪어 내다."는 뜻으로, 시험을 치르다, 잔치를 치르다, 큰일을 치렀으니 몸살이 날만도 하지처럼 쓰며, "아침, 점심 따위를
먹다."는 뜻으로, 아침을 치르고 대문을 나서던 참이었다처럼 씁니다.
'치루다'는 '치르다'의 잘못입니다. 따라서, '물건값을 치뤘다'가
아니라, '물건값을 치렀다'로 써야 하고, '평가전을 치룹니다'가 아니라, '평가전을 치릅니다'가 맞습니다. '치루다'는 아마도 의사선생님들만
쓸 수 있는 말일 겁니다. 치질 환자를 보는 의사선생님이 "어, 이거 치핵이 아니라 치루다"라고 하실 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
우리말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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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가전 : 평가전(評價戰, [평ː까전]) 실력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하여 하는 운동
경기.
2. 우리 속담에, "아침 안개가 중 대가리 깬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침에 안개가 낀 날은 낮이 되면 중의 머리를 깰 정도로
햇빛이 쨍쨍하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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