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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문 쉽게 쓰기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6. 5. 2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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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이원범 대구지법 부장판사가 법률전문지인 법률신문에 `민사판결서 작성방식의 현황과 개선방향`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작성했다. 흔히 법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려운 한자와 일본식 표기 등으로 일반인의 입장에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이 법조계에서는 법조인들의 권위라고 잘못 알고 있어 왔고, 그로인해 법과 일반인사이에 깊은 괴리가 존재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 부장판사는 이러한 점을 의식,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법률용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한다. 이 논문 가운데 읽기 쉬운 판결서 작성 부분을 발췌했다.


(1) 신법상의 용어 사용
2002년 법 개정으로 민사소송법과 민사집행법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용어순화작업이 이루어졌으므로, 판결서에서도 신법상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위→거짓’, ‘쌍방→양 쪽’, ‘저촉되다→어긋나다’, ‘첨부하다→붙이다’, ‘판단 유탈’→‘판단 누락’, ‘흠결→흠’, ‘견련→관련’, ‘경질→바뀜’, ‘구술→말’, ‘도과하다→넘기다’, ‘자력→자금능력’, ‘변론의 전취지→변론 전체의 취지’ 등이 그 예이다(자세한 내용은 2002년 법원행정처 발간 ‘민사재판 운영실무’의 부록편 참조).
   
(2) 쉬운 우리말 사용
법령상 용어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능하면 일반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가독성을 높이는 데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왕증→과거의 병력’, ‘이유 없다→ 인정할 수 없다’, ‘완제일→다 갚는 날’, ‘해태→제때에 하지 않음’, ‘보정→바르게 고치다‘, ’금원→돈’, ‘하자→흠’, ‘월 임료, 차임→월세, 임대료’, ‘복멸하고→뒤집어엎고’, ‘등기를 경료하였다’→‘등기를 마쳤다 또는 해주었다’, ‘인용한다→받아들인다’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일본식 표현의 청산으로서, ‘…라고 할 것이다. …라고 보지 못할 바 아니라 할 것이다.→…이다’, ‘…에 있어서→…에서’, ‘…함에 있어→…하면서, …할 때’, ‘…함이 없이→…하지 않고’ 등도 검토될 수 있다. 
  
(3) 짧은 문장과 단락 나누기
국어학자에 따르면, 우리의 인식 능력 한계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사람들은 한 문장 안에서 2~3개의 ‘주어-서술어’만 그 상호 관련성이나 논리성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그 이상이 되면 ‘주어-서술어’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처음의 ‘주어-서술어’부터 하나씩 잊어버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복문(複文)을 사용하더라도 ‘주어-서술어’가 두 개를 넘지 않도록 한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 글을 읽는 사람은 물론 글을 쓰는 사람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한다(정희모.이재성, ‘글쓰기의 전략’, 들녘(2005) 참조).
 
의미구조뿐만 아니라 가독성을 고려한 최적의 문장길이에 관해서, 우리말에서는 50자 정도가 적당하고(현재의 판결서 양식의 2~3행 정도이다), 50자가 넘으면 장문(長文)이 되어 읽는 데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황소웅, ‘바른 글, 좋은 글’, 렌덤하우스중앙(2005) 참조).
 
논증과 법리 설시가 중심이 되는 판결서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판결서가 결국은 소송관계인을 독자로 하여 읽히기 위해 작성되는 것이라면 위와 같은 국어학적 연구결과를 반영할 필요가 있으며, 개인적 견해로는 문장길이가 최대한 100자(현행 판결서 양식의 4―5행 정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독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판단 부분에서는 법률 적용 또는 법적 평가의 기초가 되는 인정사실을 열거할 경우에 ‘…라는 사실, …라는 사실, …라는 사실과 같이 장문식 나열이나 이른바 ‘~하고,~하며’의 문장연결 방식은 피하고(’…라는 점, …라는 점, …라는 점’도 마찬가지이다), 단문(短文)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당사자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하나의 판단 내용이 너무 길어지는 경우에는 결론부터 먼저 밝히고 이후에 판단 근거를 나열하는 두괄식 구성도 좀더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4) 간결하고 명료한(concise and clear) 표현과 두괄식의 활용 확대 
신문기사의 문장이 갖춰야 할 요소로는 일반적으로 정확성(correct), 명료성(clear), 간결성(concise) 객관성(objective), 공정성(fair) 등을 꼽고 있으며, 이 중에서 3대 요소로는 영어권 나라에서는 3C라고 하여 정확성, 명료성, 간결성을 들고 있다고 한다. 심리의 결과를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일종의 보고서인 판결서도 간결성(concise)과 명료성(clear)의 요소는 동일하게 요구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판결서 문장의 간결성 내지 명료성을 위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살피건대(보건대)’, ‘이 사건’, ‘제○’ 등 경우에 따라 불필요한 관용적 문구는 과감하게 생략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라고 할 것이다” 또는 “…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는 “…이다”, “…라고 보는(인정하는 또는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내지 옳다)” 또는 “…라고 판단된다” 등으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5) 의미전달의 기능을 상실한 용어 사용 억제
소외(訴外)는 의미전달의 기능을 상실하였고, ‘각자(各自)’는 오해의 우려가 있으므로 대체용어의 개발이 시급하다. ‘각자’의 용어는 대체로 공동불법행위에 기초한 손해배상사건의 주문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이 경우에는 법문(민법 760조 1항)대로 ‘연대하여’를 사용하거나 ‘연대(부진정)하여’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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