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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현대사회 흐름

by 자청비 2006. 6. 2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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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쉽고 허무하다. 심판의 편파판정이 아니라 실력껏 싸워 패배했다면 이렇게 허무하지도 않을텐데…. 축구의 변방이었던 한국이 월드컵에서 미심쩍은 심판 판정 때문에 분루를 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은 32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른 지난 1986년 멕시코월드컵 때도 편파판정으로 16강 문턱에서 좌절한 바 있다. 이탈리아와의 조별 예선 최종전 최순호의 그림 같은 동점골로 1-1 동점을 만든 뒤부터 상식 이하의 판정이 전개된 것. 주심은 시뮬레이션 액션을 페널티킥으로 선언하더니 한국에만 계속 옐로카드를 남발했다. 잘 싸우던 한국은 위축된 모습을 보이며 움츠러들었고 이탈리아는 연이어 2골을 터트려 승리를 확정지었다. 특히 3번째 골은 분명한 오프사이드 지역에서 터진 것이었다. 경기 후 현지 언론은 '심판의 편파판정이 이탈리아를 구했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한국의 '오심 잔혹사'는 이어졌다. 비록 2패로 16강은 좌절됐지만 한국은 월드컵 첫 승을 위해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인 우루과이전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주심의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0-0이던 후반 25분 수비수 윤덕여에 돌연 퇴장명령이 내려졌다. 윤덕여는 당시 우루과이의 콜리에게 턱을 받혔지만 적반하장격으로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수적 열세를 딛고 한국은 최선을 다했지만 어이없는 판정으로 무너졌다. 경기 종료 직전 우루과이 폰세카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헤딩골을 넣었지만 선심의 깃발은 올라가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에서 열렸던 한일월드컵에서는 약간 이야기가 달랐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최근 FIFA가 제작, 발매한 '피파 피버(FIFA Fever)'라는 DVD 2장짜리 영상물에서 72년 월드컵 역사의 '10대 오심 논란' 중 6∼9위에 2002 한일월드컵에서의 한국 경기를 포함시키고 있다. 16강전인 한국 대 이탈리아전에서 이탈리아의 톰마시가 골든골을 넣었으나 오프사이드로 판정된 것과 토티가 시뮬레이션으로 퇴장당한 건이 6, 7위에 뽑혔다. 또 8강전인 對스페인과전에서 모리엔테스의 헤딩골이 수비수에 대한 파울로 노골 선언된 것과 모리엔테스의 골 직전에 호아킨의 크로스-헤딩 골로 연결됐다-가 엔드라인을 벗어나 아웃 판정으로 노골 처리된 것이 8, 9위에 올랐다.
월드컵에서는 대회 때마다 한두개씩 유명한 오심을 남긴다. 그 중에서도 축구팬들의 뇌리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라도나의 '신의 손' 논란일 것이다. 아르헨티나에 FIFA월드컵을 안겼던 1986년 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잉글랜드와 맞섰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영국과의 포클랜드 전쟁에서 패해 영국에 대한 감정이 최악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이 경기에서 불세출의 축구스타 마라도나의 화려한 개인기로 2골을 기록한데 힘입어 2-1로 이긴다. 마라도나는 잉글랜드 수비수 5명을 단독드리볼로 제치며 골을 터뜨렸는가 하면 '신의 손'논란을 불러 일으킨 헤딩골을 기로했다. 당시 영국선수들이 항의했으나 심판은 받아 들이지 않았고 경기후 비디오 판독결과 이 골은 손으로 집어넣은 것으로 판정됐다. 마라도나는 경기후 그 골은 '신의 손'과 자신의 머리의 합작품이었다고 말해 '신의 손' 논란을 불러 일으켰으나 주심은 '신의 손'을 보지 못했다.
오심이나 편파판정은 축구에서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는 김동성이 쇼트트랙 스케이팅 1500m에서 1위로 들어왔으나 2위로 들어온 오노의 헐리웃 액션에 넘어간 심판이 진로방해를 이유로 김동성의 실격을 선언함으로써 금메달을 도둑맞기도 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한국의 오심 판정에 의한 피해는 이어졌다. 남자 체조 개인종합 평행봉에서 양태영은 기술심이 스타트밸류(시작점수)를 0.1점 낮게 잘못 매긴 탓에 1위에서 3위로 밀려나 금메달이 미국의 폴 햄에게 돌아갔다. 이 오심 심판들은 그 해 미국의 스포츠 전문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선정한 '올해의 바보'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3월 치러진 세계야구대회(WBC)에서는 미국인 심판의 맹목적 애국심으로 노골적 편파 판정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북한월드컵 대표팀은 지난해 3월 이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오심논란에 따른 관중항의 사태로 일본전을 무관중 경기로 치르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며칠전에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맹활약중인 이승엽의 홈런이 심판의 오심으로 무효가 돼 국내 및 일본 팬들이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올해 월드컵에서는 유독 오심이 많이 보이고 있다. 거의 매 시합마다 오심논란이 휩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오심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듯 싶다. 프랑스 전에서는 비에라의 헤딩골이 오심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행운의 여신이 함께 하는 듯 했으나, 스위스전에는 오프사이드 오심으로 16강 진출의 꿈이 완전히 무너졌다.
심판의 오심은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오심판정으로 피해를 당한 팀은 좌절감에 경기를 제대로 풀어갈 수 없고 결국 패하게 된다. 그러나 프랑스전에서 오심논란이 벌어졌을 때 프랑스 감독은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번 스위스전이 끝난 뒤 역시 박지성도 그와 같은 말을 했다. 인정한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인 만큼 항상 예상되는 바 그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둬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오심판정을 극복하고 역전승을 끌어낸 팀도 있다. 바로 히딩크의 호주였다. 32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호주는 첫 경기인 일본전에서 전반 26분 심판의 오심으로 한골을 잃었다. 명백한 일본측의 골키퍼 차징이었으나 심판의 오심으로 득점이 인정됐다. 오심판정으로 경기가 일본측의 승리로 가는가 싶었지만 결국 호주는 후반 종료 9분여를 남기고 대 역전극을 이뤄냈다.
우리나라가 오프사이드 오심판정으로 한골을 추가실점한 이후 선수들의 의욕이 크게 꺾였다. 벤치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한 시도가 필요했으나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바로 이 대목이 너무 아쉬웠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주심의 판정이 있기 전 섣불리 경기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경기 판정권한은 어쨌든 주심에 있다. 주심이 휘슬이 불기전까지는 끝까지 뛰어다녀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도 우리 선수들은 선심의 깃발을 보고 휘슬이 울리기도 전에 일제히 수비동작을 멈춰섰다. 그렇게 해서 오프사이드 골은 허허벌판에서 이뤄졌다. 오프사이드골이후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사이 선수들의 자세는 흐트러졌고 어수선한 상태에서 경기가 종료됐다. 남은 힘을 다 쏟아내던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누워 아쉬움과 설움을 삼켰다.
지난 2002년 온 국민의 염원속에 4강에 올랐던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최소한 16강까지는 올라갈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다. 그러나 마지막 스위스 전을 치른 뒤 16강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가를 절감해야 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비록 꿈을 이루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전혀 부끄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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