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코스모스꽃'보다 '살사리꽃'이 더 좋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요즘 길가에 '살사리꽃이 활짝' 피어 보기가
좋더군요. 시원한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살사리가 어찌나 예쁘던지….^^*
살사리꽃이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게 맞을까요, 하늘대는 게
맞을까요? 오늘은 '거리다'와 '대다'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에 '떨어뜨리다'와 '떨어트리다' 모두 맞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거리다'와 '대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수표준어입니다. 따라서, 물이 출렁거리는 것도 맞고, 출렁대는 것도 맞습니다. 가을바람에 살사리꽃이
건들거리는 것도 맞고, 건들대는 것도 맞습니다. 또, 살사리꽃이 하늘거리는 것도 맞고, 하늘대는 것도 맞습니다. 둘 중 어떤 것을 쓰셔도
됩니다.
시장에 가보니 가을이라 그런지 여러 가지 농산물이 많이 나와 있더군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파는 물건을 소개하는 푯말이 틀린 게 참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햇땅콩'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일부 명사 앞에 붙어) '그해에 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해'와 '햇'을 들고 있습니다. (동물과 식물 모두에 씁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해'만 '그해에 난'이라는 뜻이 있는 단어였는데,
주로 해와 다른 단어를 붙여 쓰다 보니 사이시옷이 들어간 '햇'도 '그해에 난'이라는 뜻이 있는 단어로 보면서, 아예 '해'와 '햇'을 접두사로
만든 것 같습니다. 접두사면 당연히 붙여 써야죠.
그럼 어떤 단어 앞에서는 '해'를 쓰고 또 어떤 단어 앞에서는 '햇'을 써야죠?
헷갈리겠죠? 현재 표준어 규정에 따라 '해'와 '햇'을 '그해에 난'이라는 뜻의 접두사로 보면 당연히 헷갈립니다.
헷갈리지 않는 길을 찾아
좀 삐딱하게 나가봅시다. ^^* '그해에 난'이라는 뜻이 있는 단어는 '해'하나만 있다고 보고, 그 '해'를 접두사가 아닌 하나의 단어로
봅시다.
그럼 올해 난 감자는? '해 감자'가 맞는데, 한 단어로 만들면서 사이시옷이 들어가 '햇감자'가 되고, 그 발음은 [핻깜자]가
되는 거죠. 언젠가 사이시옷 말씀드리면서, 합성어 가운데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거나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면 사이시옷을 적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마찬가지, 햇과일, 햇병아리, 햇비둘기처럼 쓰는 거죠.
그럼 콩은, '해콩'일까요, '햇콩'일까요? 사이시옷 설명에서,
뒤에 오는 단어가 된소리(ㄲ,ㄸ,ㅃ,ㅆ,ㅉ)나 거센소리(ㅊ,ㅋ,ㅌ,ㅍ)면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고 했죠. 그에 따라, '갈빗찜'은 틀리고
'갈비찜'이 맞다고 했잖아요. '뱃탈'이 아니라 '배탈'이고, '홋떡'이 아니라 '호떡'이고….
그러면 이제 답이 보이죠? 해+콩에서 콩에
거센소리 ㅋ이 있으므로 사이시옷을 쓰지 않습니다. '햇콩'이 아니라 '해콩'입니다. 당연히, 올해 난 쑥은 '해쑥'일 것이며, 올해 난 팥은
'해팥'이겠죠.
우리말 우리 국어가 어렵다고 하지만, 이렇게 차분히 풀어가면 다 풀립니다. 알려는 노력이라도 해 보고 나서 어렵다고
해야지 그런 노력도 없이 이리 말하건 저리 말하건 뜻은 다 통한다고 생각해버리면, 그런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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