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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과 집(集)은 중복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6. 9. 2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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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에 참 좋은 계절이죠? 가끔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우리말 책을 뒤져보는데요. 어제도 책을 찾다 보니 잘못된 게 눈에 띄어서 소개합니다.
흔히, 여러 개 산문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을 '산문 모음집'이라고 하고, 여러 동요를 모아서 하나의 CD로 만든 것을 '동요 모음집'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단어는 뜻이 겹쳐서 좋은 말이 아닙니다.
'모음집'에 쓰이는 '집' 자는 모일 집(集) 자입니다. 이미 '집'에 모음이라는 뜻이 있는데, 그 앞에 '모음'을 넣을 까닭이 없습니다. 그냥 '산문집'하거나 '동요모음' 하면 됩니다.
다음 검색창 뉴스에서 '모음집'을 넣고 검색해 보니, 892개의 문서가 나오네요. 뉴스에 나오는 기사가 그렇게 많이 틀려있다는 말이겠죠.
http://tab.search.daum.net/dsa/search?serv=news&q=%B8%F0%C0%BD%C1%FD&w=news&SortType=&ResultType=&site=&cp=
이번 가을에는, '산문 모음집' 같은 덜떨어진 책 말고 좋은 책을 골라 몇 권 읽어보시는 것은 어때요?

 

'모음'이야기 하니까 '모듬'과 '모둠'을 갈라달라는 분이 많이 계시더군요.
실은 이 두 단어는 이런저런 말이 많은 단어입니다. 어원을 따지면서 둘 다 맞다는 분도 계시고, 이 중 하나만 맞다는 분도 계시고…, 제가 봐도, '모듬'과 '모둠'은 모두 옛말 '다'에서 온 것으로 어원적으로는 말이 됩니다. 또, 자동사 타동사로 갈라도 될 것 같고….
그러나 표준어는 '모듬'이 아니라 '모둠'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1999년에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면서 '모둠'만 인정했습니다. 그에 따라 모둠꽃밭, 모둠냄비, 모둠밥 따위가 표준어이고, "초˙중등학교에서 효율적인 학습을 위하여 학생들을 대여섯 명 내외로 묶은 모임"도 '모둠'이라고 합니다. 술집에서 나오는 안주도 모둠안주, 모둠회가 맞습니다. 국어학자들끼리 모듬, 모둠 따지라고 하고, 우리는 그냥 '모둠'만 기억해 두자고요. '모듬'은 잊어버리고…, 아니 잃어버리고….^^*
우리말123
보태기)
1. 모둠안주, 모둠회는 아직 표준어가 아닙니다.
2. '잊다'는 "한번 알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다."는 뜻으로, 수학 공식을 잊다/영어 단어의 철자를 잊다/영화 제목을 잊었다처럼 씁니다.
'잃다'는 "가졌던 물건이 없어져 그것을 갖지 아니하게 되다."는 뜻으로 가방을 잃다/복잡한 시장 거리에서 지갑을 잃었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모듬'을 잊어버리는 것은, 잠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고, '모듬'을 잃어버리는 것은, 기억 속에서 빼내 없애버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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