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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과 빗속의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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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06. 12. 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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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초 열렸던 미국 뉴욕마라톤대회에 세인의 관심이 쏠렸다. 바로 이 대회에 암을 극복하고 '뚜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에서 연속 7차례나 우승했던 랭스 암스트롱이 암 기금 모금을 위해 출전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암스트롱의 대회기록에 관심이 쏠렸다. 대회전 전문가들은 "그의 폐활량과 근육량 등으로 미뤄볼 때 2시간30분대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암스트롱은 "마라톤에 대비한 훈련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3시간이내로 달릴 수만 있어도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대회에서 암스트롱은 그의 말대로 힘들게 2시간59분36초에 주파했다. 하지만 별다른 훈련도 없이 첫 출전한 대회에서 세운 이 기록은 그의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보여주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그런데 대회후 가진 기자회견이 흥미를 끈다. 그동안 각종 대회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강한 자신감을 보여줬던 암스트롱은 이번 대회직후 "지난 20여년동안 내가 겪은 어느 대회에서도 이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마지막 13km는 지금까지 겪은 것 가운데 가장 힘든 육체적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암스트롱의 기자회견을 전해 들으며 마라톤이 얼마나 힘든 운동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지난달 26일 제4회 제주감귤마라톤대회가 비날씨 속에 열렸다. 악천후로 참가자수가 줄고 풀코스가 취소돼 어느 달림이도 마라톤 벽은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달림이들의 열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빗 속에서 달림이들은 오히려 주위 사람들을 더 배려하며 달리는 모습이었다. 아빠 엄마의 손을 잡거나 친구, 직장동료, 혹은 이웃끼리 서로 웃고 격려하며 달리는 달림이들의 모습은 평소대회 때보다 더 행복해 보였다. 이 날 우중주(雨中走)를 했던 달림이들의 가슴에 쉽게 지울 수 없는 추억이 새겨졌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가히 '마라톤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연간 400개에 이르는 각종 마라톤 대회들이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제주지역에서도 일반시민들의 마라톤 열기나 참살이 운동에 대한 욕구도 전국 어느지역 못지 않다. 도내에서 직장동호인을 제외해도 일반 마라톤클럽만 6~7개에 이르고, 크고 작은 달리기 대회도 많이 열린다. 이른 새벽이나 어스름 저녁이면 학교 운동장이나 도로변에서 열심히 걷거나 뛰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일상에서 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는 크게 확산되고 있으나 이에 따른 시설이나 여건은 별로 따라가지 못한다. 심지어 서구에서는 도심의 도로상에서 달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반해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시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마련해주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200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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