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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청소용역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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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06. 9. 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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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들고 옮길 책상 바닥에 끌며/쿵쾅쿵쾅/아이들이 손을 대면 유리창은 반짝이며/예예예./꽃병 속에 빨간 장미/라라라라라/물걸레 들고 수돗가에 새치기/첨벙첨벙./양동이 들고/뛰어 오다 미끄러져/예예예./수돗가에 파란 잔디/라라라라라. 초등학생이 교실청소하는 모습을 그린 동시다. 신나게 청소하는 모습이지만 사실 학생시절 청소당번은 누구나 싫어했다. 특히 화장실 청소는 대부분 학생들이 가장 기피하는 일이었다. 요즘 같은 현대식 화장실도 청소하려면 짜증나는 판에 재래식 화장실 청소는 사실 고역이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잘못한 학생들에게 벌로 하루 혹은 일주일간 화장실 청소를 시키기도 했다.

 

1970년대 초반까지 초등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영화 ‘내마음의 풍금’에 나오는 한 장면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이 줄지어 엎드려 마루바닥을 닦으면서 구구단을 외는 바로 그 모습. 아마 다음날 쯤 학교에 장학사가 방문하기로 돼 있었을게다. 당시엔 학교에 장학사를 비롯한 높은(?) 손님이 온다면 그야말로 청소 비상이었다. 학기에 한번씩 하던 환경미화심사 때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면 수업을 일찍 끝내고 거의 한시간동안 대청소를 했다. 분단별로 교실, 복도, 유리창, 화단, 화장실 등등으로 나눠 대청소를 벌였다. 청소할 때는 짜증나지만 청소 후 없어진 듯한 유리창과 깔끔해진 교실을 보면서 스스로 대견스러워 했고, 반짝반짝 잘 닦여진 마루에서 미끄럼을 타다가 엉덩방아를 찧어 찔끔 눈물을 머금기도 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총이 내년부터 초등학교에 청소용역비를 지급키로 합의한 바 있다. 일선 학교에 청소용역비가 지급되면 초등학생들은 그토록 싫어하는 청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교실은 잠자는 것을 제외하면 집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생활하는 학생들의 공간이다. 그런 공간은 학생들이 스스로 정리정돈하고 깨끗하게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교실청소는 때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책임(의무)도 있다는 것을 어린 세대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이다. 함께 청소하면서 친구들과 협동심도 기르고, 교실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공간이라는 공동의식도 키울 수 있다.

 

결국 아이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어른들은 자녀들에게 권리만 가르치고 책임과 의무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아닐까. 집에서 왕자 혹은 공주로 모시면서 자기방 청소 한 번 제대로 안시키는 요즘 어린 세대들에게 자신들이 싫어하는 일은 으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만 가르치는 것은 아닐까 염려된다. <200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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