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 근교에는 돌궐제국을 부흥시켰던 명장 돈유쿠크의 비문이 있다. 이 비문에는 다음과 같은 유훈(遺訓)이 새겨졌다고 한다.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멸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 남을 것이다." 당시 유목민에게 외지인은 정보를 가져다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유목민들은 그들을 환대하면서 정보를 얻어냈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면서 생존을 추구했다.
몽골은 이같은 유목민 기질을 앞세워 세계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다. 몽골제국을 창업한 칭기즈칸은 "끊임없는 위기의식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없이 한가지 성과에 만족하여 안주한다면 발전은 커녕 현재 위치조차 유지하기 어렵다"며 무사안일을 경계했다. 그러한 몽골의 위기의식과 도전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돈유쿠크의 비문에 새겨진 글도 오늘날 '마음을 닫은 사람은 쉽게 도태되고, 무엇이든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고 노력하는 사람은 성공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5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별로 달라진 것 없이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며 여기저기서 원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무릇 새로운 제도가 출범했다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진게 없다고 하는 것은 특별자치도의 중심축인 공무원들의 사고방식이나 태도가 별로 달라져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도와 행정시 소속 공무원간 업무떠넘기기 등으로 서로 불만이나 터뜨리고, 지사와 러닝메이트로 나섰던 행정시장조차 역할이 별로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또 특별자치도정을 강력하게 이끌어야 할 고위간부들은 여전히 지사의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챙기려는 최고지도자의 리더십도 여전하다. 내치(內治)는 과감하게 맡기고 제주의 백년을 위해 대기업 혹은 해외기업 유치에 전력투구하는 등의 보다 스케일 큰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일까.
결국 공조직이 특별자치도 출범 5개월이 지나도록 특별자치도라는 큰 용광로에서 하나로 융합되지 못하고 있는 탓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스스로는 조금의 변화나 희생도 하지 않으면서 특별자치도의 열매만 맛보려는 사람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하겠다.
특별자치도 출범이후에도 계속된 경제난과 해군기지 갈등, 한·미FTA협상 등으로 제주사회는 어수선하다. 어쩌면 지금 이 국면은 제주사회가 이대로 주저앉거나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갈림길일 수도 있다. 진정으로 자기변화와 희생을 바탕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제주발전을 위한 현명한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
'미녀는 괴로워' 그 이후가 궁금하다 (0) | 2007.02.22 |
---|---|
마라톤과 빗속의 달리기 (0) | 2006.12.08 |
초등학교 청소용역비 유감 (0) | 2006.09.27 |
서중 이설문제 원점서 출발해야 (0) | 2006.09.01 |
신사참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0) | 2006.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