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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제방백가쟁명(百花齊放百家爭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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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07. 2. 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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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제후들의 권력쟁탈로 인한 혼란의 시대였다. 동시에 사상과 학문의 황금기이기도 했다. 당시 제후들은 부국강병을 실현하기 위해 유능한 인재를 받아들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선비들의 대열이 끊임없이 확대됐고 여러 학파가 나타났다. 이들을 일컬어 제자백가(諸子百家)라고 했다. 제자백가들의 자유로운 논쟁과 토론속에-이를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고 했다- 학문과 사상은 더욱 발전됐고, 오늘날 동양사상의 근간을 이뤘다.

 

 1956년 당시 중국공산당 선전부장인 루딩이(陸定一)는 한 연설에서 '백화제방백가쟁명(百花齊放百家爭鳴)'을 주창했다. '온갖 꽃이 함께 피어나듯이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주장을 편다'는 말이다. 옛 소련의 '스탈린 신화'가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본 중국공산당은 일체의 비판을 허용하지 않던 스탈린적 사고의 위험성을 인식했다. 결국 인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비판으로 내부 모순을 해결하자며 '백화제방백가쟁명'을 내세웠다. 그러나 예기치 못했던 비판과 비난에 놀란 중국공산당은 이듬해 곧바로 '백화제방백가쟁명'을 폐기처분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반우파운동을 전개했다. 비판을 수용한다는 것은 역시 힘든 일이다.

 

 최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사회가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고 있다. 예비 대통령 후보끼리 이전투구 움직임도 보이는 가운데 의미있는 논쟁도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돼 온 논쟁의 기본은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보수와 진보의 논쟁이다. 얼마전엔 '어떤 것이 진짜 보수냐'를 둘러싼 보수간 논쟁도 있었다. 그러나 이 논쟁은 별로 눈길을 못끌었다. 최근엔 참여정부를 둘러싸고 진보세력간 논쟁이 불붙었다. 바야흐로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고 있다.

 

 원래 대통령 선거를 앞두면 온갖 소문과 말의 성찬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즈음 논쟁은 한국사회의 보수-진보에 대해 되새겨볼만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경제도 어려운 시기에 이런 논쟁은 국민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소모적 논쟁이라고 폄(貶)하는 이도 있다. 얼핏 들으면 그 말도 맞아보인다.

 

 그렇지만 이번 논쟁의 고갱이는 해방이후 독재와 보수 일색이던 한국정치의 중심부에 처음으로 마이너리티가 앉았던데 대한 평가와 향후 방향 등이다. 따라서 이번 논쟁에서 한국정치의 새로운 비전과 발전동력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소모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이론은 현실에서 도출돼 발전할 때 생명력을 갖는다. 모처럼 맞이한 백가쟁명이 학계와 정계 등의 참여속에 공리공론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진보-보수 이론의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2007.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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