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거대함은 비인격성의 모체일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필요나 요구에 둔감하게 되고 권력의 독점이나 남용을 낳는다. 대규모의 방식보다는 작은 것이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이며 효과적이다. 규모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나는데 반해 작은 것 위주의 방식은 '인간 중심'에 더 접근적이며 장기적 효과를 이끌어 낸다."
독일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는 경제비평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슈마허는 1970년대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대규모 산업사회의 문제점을 집어내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21세기 현대사회는 여전히 도시가 거대하게 팽창하면서 빚어지는 수많은 심각한 문제들-교통, 주택, 교육, 공해, 취업, 문화집중 현상 등-을 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서구사회보다 단기간에 산업화·현대화 하면서 물질만능주의와 경제제일주의가 팽배해 있다. 그러나 슈마허는 물질지상주의와 기술에 대한 맹신, 끝없는 팽창주의는 자신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말살시켜버릴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이야기가 너무 거창하게 가버렸다. 새삼스럽게 산업화나 도시화의 문제점을 논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읍·면지역 소규모 학교, 특히 분교장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싶은 것이다.
도심지 대규모 학교들은 학생수가 넘쳐난다. 물질적으로도 풍족하고 주변의 관심도 많다. 읍·면지역에는 갈수록 학생수가 줄어든다. 분교장은 더욱 심하다. 2개 학년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복식수업도 불가피하다. 물질적으로도 모자라고 주변의 관심도 적다. 교사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지도하지만 작은 존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부족으로 소규모 학교 아이들은 자칫 소외되기 쉽다.
교육행정기관은 '규모의 경제논리'를 내세워 학교 통합을 주장한다. 작은 학교에서 나름대로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의 생각은 헤아리지 않는다. 가까운 학교를 놔두고 먼 곳에 있는 학교를 다녀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학교가 없는 마을공동체가 장차 어떻게 될 것인지도 관심밖이다. 규모의 경제논리에 작은 것의 소중함이 묻혀진 탓이다.
대중은 일상에서도 대형화를 추구한다. 대형자동차, 대형TV, 대형 아파트 등 큰 것을 좋아하는 사회다. 게다가 요즘엔 자녀의 신체까지도 커야 한다는 인식이 대중이다. 이같은 경향으로 작은 존재는 설 자리가 자꾸 좁아진다.
진정으로 행복한 것은 대중사회가 설정한 가치 기준에 달려 있지 않다. 부와 명예를 가지고도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록 가진 것 없고 내세울 것 없지만 행복한 삶을 누리는 사람이 있다. 큰 학교에 다닌다고 질좋은 교육을 받는 것은 아니다. 작은 학교지만 아이들이 그 속에서 큰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2007.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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