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틀린 자막이 많이 보이더군요.
10:58분 KBS2 '무한지대큐'라는 프로그램에서 장어 가죽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분이 장어가죽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서 싸다고 했더니 자막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서 저렴하다고 나오더군요. 어떻게 된 게 싸다는 우리말을 저렴하다는 한자로 바꿔서 자막에 나오는지...
12:03분 KBS1 뉴스에서 대우건설 근로자 납치자가 풀려났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빠르면 오늘 16일 귀국"할 것 같다고 하네요. 빠르면이 아니라 이르면입니다. 빠르다는 속도가 빠른 것이고, 이르다는 시기가 이른 것입니다. 다행히 바로 다음 꼭지에서는, 정부의 빠른 대응이 석방에 큰 역할을 했다고 빠르다를 제대로 썼네요.
12:55분 'TV온고이지신'에서 수험생에게 입시 뒤에도 원서 접수가 있으니 마음을 놓으면 안 된다고 하네요. 수험생은 원서를 접수하는 게 아니라 제출하는 겁니다. 그 원서를 대학이 접수하는 거죠. 어떻게 된 게 접수와 제출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지...
우리말123
이번에 우리말편지를 책으로 내고 보니, 여기저기서 '책걸이'를 하자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제가 돈 버는 것도 아닌데 '책걸이'는 무슨... 오늘은 책이 많이 나가길 빌며, '책걸이'와 '책거리'를 갈라볼게요.
'책걸이'는 '옷걸이'처럼 "책의 한 귀에 고리를 만들어 나란히 걸어 놓을 수 있게 못을 박아 놓은 것"입니다. 곧, 책을 걸어두는 나무나 못입니다.
'책거리'는 '책씻이'라고도 하는데 "글방 따위에서 학생이 책 한 권을 다 읽어 떼거나 다 베껴 쓰고 난 뒤에 선생과 동료에게 한턱내는 일."을 말합니다.
우리 독서회는 한 학기 윤독이나 강독이 끝난 뒤 책거리로 그 학기를 마무리한다처럼 씁니다.
얼마 전에, 옷걸이와 옷거리를 갈라봤었죠? 책걸이와 책거리도 그와 비슷하겠네요.
한편, "저작물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에 그것을 축하하기 위하여 베푸는 모임."은 책걸이나 책거리가 아니라 '출판기념회'입니다.
저는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을 겁니다. ^^* 뭐 대단한 거라고 그런 기념회를 하겠습니까.
우리말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