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로 읽는 '어린 왕자(두린 왕자)'(21)
한라일보 : 2006. 12.25.
21
바로 그 때 여시가 나타났다.
“안녕?” 허고 여시가 고랐다.
“안녕?” 허멍 왕자가 정중하게 고르멍 뒤돌아봤주만, 아무 것도 뵈이는 게 어섰다.
“나 여기 사과낭 아래에 있져……” 허멍 가이 목소리가 고랐다.
“넌 누게냐? 잘도 곱닦허다이……” 허고 왕자가 고랐다.
“난 여시여.” 허고 여시가 고랐다.
“이래 왕 나영 놀게게. 난 막 하영 슬퍼부난……” 허고 왕자가 제의허였다.
“난 너영 곹이 못 놀아주켜. 난 질들어지지 않아 부난이여.” 허고 여시가 고랐다.
“아, 기이? 미안해이” 허고 왕자는 고랐다.
“<질들인다>랜 허는 말은 무신 뜻이고?”
“너는 여기 사는 아이가 아니구나. 너는 무시걸 초잠시니?”
“난 사름덜을 찾암져. 경헌디 <질들인다>랜 허는 말은 무신 뜻이고?” 허고 왕자가 고랐다.
“사름덜은 총을 고졍 있고, 또시 사냥을 허주게. 고건 촘말 실픈 일이여! 경허고 그 사름덜은 독도 기르고 있주게, 경허는 게 유일한 관심거리주. 느는 독을 촞고 이신 거가?”
“아니여. 난 벗덜을 초잠져. <질들인다>랜 허는 말은 무신 뜻이고?” 허고 왕자가 고랐다.
“그거는 하도 까먹어분 일인디, <관계를 맺는다…… >랜 허는 뜻이여.” 허고 여시가 고랐다.
“관계를 맺는 거라고?”
“기여. 너는 나신디 아직은 막 하영이신 딴 아이덜이영 곹은 아이주게. 경행 난 너를 필요로 허지 안암쪄. 물론 너도 나를 경허지 않을 거라. 난 너신디 딴 막 하영이신 여시들이영 곹은 여시에 불과허주게. 경허주만 만일 느가 나를 질들이덴 허민,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헐 거여. 는 나신디 시상에 단 호나밖에 어신 사름이 될 거고, 난 느신디 시상에 단 호나밖에 어신 여시가 될 거여…… 똑고치 경 될 거여……” 허고 여시가 고랐다.
“이제야 호꼼 알아지켜. 나신디는 고장이 호나 이신디…… 그 고장이 나를 질들인 거 닮은게……” 허고 왕자가 고랐다
“경헐 주도 모르주게. 요 지구에는 온갖 일들이 이시메……” 허고 여시가 고랐다.
“아, 아니여! 거는 지구에 이신 거를 곧는 게 아니여게.” 허고 왕자가 고랐다.
여시는 왕자의 이야기에 막 궁금핸 허는 거 달마 보였다.
“딴 벨에 이신 이야기라고?”
“기여”
“그 벨에도 사농바치가 이사?”
“아니여게”
“야! 재미난 일이여이! 독은?”
“없져게”
“이 시상엔 완벽한 곳은 어쪄.” 허고 여시는 혼숨을 내쉬었다.
경허주만 여시는 계속행 지기 생각을 고랐다.
“나 생활은 단조로와. 난 독을 쫓고, 사름들은 나를 쫓주게. 독은 몬딱 거기서 거기라, 사름들도 몬딱 거기서 거기주게. 경행 난 호꼼 심심허주게. 경했주만 느가 나를 질들인덴 하민 나 생활은 훤해질 거여. 난 지금꼬장 들어본 한한헌 발자국 소리허고는 다른 발자국 소리를 알 수 있게 될 거여. 다른 발자국 소리들은 나를 굴 쏘곱에만 곱게 했주만, 느 발자국 소리는 음악소리 닮앙 나를 굴 바깥띠로 불러낼 거여. 경허고 저거 보라! 저기에 밀밭 보염시냐? 난 빵을 먹지 않헌다. 나신디는 밀이 필요 없주게. 경허난 밀밭을 뵈래어봐도 아무 것도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없주게. 그건 실픈 일이여! 경했주만 너는 금발이난, 나를 질 들인덴 허민 막 멋질 거여! 밀밭은 금빛이라 부난 너를 생각나게 할 거라게. 경허게 되민 난 밀밭을 스쳐 지나가는 보름소리를 막 좋아 하겠주……”
여시는 말을 그치고 뺀지롱이 왕자를 뵈래었다. 경헌 다음 또시 고랐다.
“부탁이 이신디…… 나를 질들여 주라게!”
“기여. 경허주만 나신디 시간이 하영 엇따. 난 벗덜을 차아야 허고, 경허고 알아야 할 일들이 하영 있쪄.” 허고 왕자는 고랐다.
“우리는 누게든지 지네가 질들인 것만을 알 수 있주게. 인간들은 이제사 사물에 대허영 알아먹을 시간조차 없주게. 가네들은 이미 만들엉 이신 물건을 가게에서 사주게. 경헌디 친구를 파는 가게는 어서부난, 가네들은 이제 더 이상 벗이 없주게. 만일 느가 벗을 원한댄 하민 나를 질들여 주라!” 허고 여시가 고랐다.
“경허민 나가 어떵해시민 될 거니?” 허고 왕자가 고랐다.
“인내력이 이서사 주게. 처음에는 오늘추륵 나신디 호끔 떨어졍이네 풀밭에 앉앙 이시라. 난 늘 곁눈질헐 거여. 경헌디 너는 말을 골으민 안 되주게. 말이랜 허는 것은 오해의 근원이 되부난이여. 경허멍 너는 날마다 호끔씩 나 조꽅띠 다가왕 앉을 수 있게 될 거여……” 허고 여시가 고랐다.
그 이튿 날 왕자는 또시 초자왔다.
“약속시간을 정행 오민 더 좋을 거 닮은디게. 예를 들민 만약 느가 오후 니 시에 온댄 하민, 난 세 시부터 행복해 질 거여. 경허고 만날 시간이 다가오민 다가올수록 난 더 행복을 느낄 거여. 니 시가 되민 난 이미 흥분행 가슴이 금참금착헐 거고 모심이 안절부절할 거여. 경허고 난 행복의 가치를 촞겠주! 경허난 만약 느가 아무 때나 추물락허게 나타나민 난 몇 시에 모심을 준비를 해야 할지 몰라 분다게…… 의식이 필요허주게.” 허고 여시가 고랐다.
“의식이랜 허는 것이 뭣꼬?” 허고 왕자가 고랐다.
“이것도 역시 하도 잊혀분 일이주게. 그거는 어느 하루를 보통의 날들허고는 다르게 정허고, 또 어느 시간을 보통의 시간들이영 다르게 정하는 것이여. 예를 들민 사농바치들신디도 의식이 있주. 가네들은 목요일마다 모을의 비바리들이영 춤을 춘다게. 경행 목요일은 막 기분 좋은 날이주게! 난 포도밭꼬장 산책을 간다. 경헌디 만일 사농바치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추게 되민 호루호루가 몬딱 같아지는 거주게. 경허게 되민 난 휴가가 단 호루도 어실 거여.” 허고 여시가 고랐다.
이추룩 행 왕자는 여시를 질들였다. 경허고 왕자가 떠날 시간이 다가 왔을 때 여시가 고랐다.
“아고!…… 나 울고졍 햄쪄.”
“그거는 느 잘못이여. 난 너를 괴롭게 허고정 안해신디. 경헌디 느가 나신디 질들여 달랜 해시네……” 허고 왕자가 고랐다.
“기주게.” 허고 여시가 고랐다.
“경헌디 너 울잰 허맨?” 허고 왕자가 고랐다.
“기여.” 허고 여시가 골았다.
“경허민 너는 얻은 게 아무 것도 어신게!”
“얻은 거 있져. 밀밭의 색깔을 보민 난 느 생각을 헐 거여” 허고 여시가 고랐다.
경허고 낭 여시는 덧붙영 고랐다.
“또시 혼 번 강 장미고장들을 뵈려보라. 는 느네 장미고장이 요 시상에서 호나밖에 어신 고장이랜 하는 걸 알 거여. 경허고 나신디 돌아왕 작별인사를 해주라. 경허민 나가 느신디 비밀을 혼가지 선물해 주켜.”
왕자는 장미고장들을 뵈려보래 갔다.
“너네덜은 나 장미고장과 호꼼도 닮지 않했져. 너네덜은 아직 아무런 존재가 아니여게. 아무도 너네를 질들이지 않았고, 너네덜도 아무신디도 길들영 이시지 안허주게. 너네덜은 나가 질들이기 이전의 여시과 똑 닮았져. 그 여시도 한한헌 딴 여시들이영 똑 닮은 여시였주게. 경했주만 난 가이를 나 친구로 삼앙 이제는 이 시상에 호나밖에 어신 여시여게.” 허고 왕자는 장미고장들신디 고랐다.
경허자 장미고장들은 막 당황허였다. 왕자는 계속행 고랐다.
“너네들은 곱주만, 모심은 그저 허무할 뿐이여. 아무도 너네 위행 죽젠 허는 사름은 어실 거여. 물론 나 장미고장도 지나댕기는 평범한 사름덜은 너네영 똑닮은 장미랜 생각하겠주게. 경했주만 나신디는 그 혼 송이의 고장이 너네들 몬딱보다도 소중허여. 나가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와졌주게, 벵풍을 쳥 보호해 주었던 고장이라부난게. 경허고 나가 그 고장의 베렝이를 잡아줘부난(나비를 위행 두 시 마리는 남겨놨주만.) 난 그 고장이 뭐랜 불평허는 것이영 자랑허는 것을 들어주었져, 어떤 때는 말어시 침묵을 지키멍이신 것도 받앙들였져. 그 고장은 나 장미고장이라 부난이여게.”
경허고 가이는 또시 여시신디로 되돌앙왔다.
“잘 이시라이……” 허고 가이가 고랐다.
“잘 가라이. 나 비밀은 바로 이런 거주게. 그건 젤로 간단허주게. 오로지 모심으로만 뵈래봐야 잘 뵈래어진다. 막 중요헌 것은 눈에 뵈리지 못허주게.” 허고 여시가 고랐다.
“제라 중요헌 건이 눈에 뵈리지 않는다.” 허고 왕자는 요 말을 기억하잰 되풀이허였다.
“느가 느 장미를 위행 소비한 시간 따문에 느 장미가 경 소중하게 된 거여게.”
“나가 나 장미를 위행 소비한 시간 따문이라……” 허고 왕자는 요 말을 기억하기 위행 고랐다.
“인간은 요 진리를 잊어버렸주게. 경허주만 는 이걸 잊지 말라이. 는 항시 느가 질들인 것에 대허영 책임을 느껴샤 허여. 는 느 장미에 대허영 책임이 있주게……” 허고 여시가 고랐다.
“난 나 장미에 대허영 책임이 이서이……” 허고 왕자는 기억하잰 되풀이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