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10년 …세계는 그 ‘마법’에 홀렸다 | |
영웅담과 권선징악 악을 물리치는 주인공의 운명 덤블도어같은 조력자와 든든한 벗… 탄탄한 서사구조에 교묘한 복선까지
진화하는 스토리 주인공이 해리포터와 함께 성장 사춘기 사랑의 홍역.반항 그려 그들의 환희.고뇌에 어른들도 공감
10년 세월의 힘 “등장인물 중 두명이 죽을것…” 정보 조금씩 흘리며 관심 증폭시켜 마케티즈(markeTEASE)기법 적중
시리즈 완결편 21일 전세계 동시 발매…인기비결 대해부
21일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도들’의 발간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가 10년 만에 마무리됐다. ‘해리 포터’의 결말을 한시라도 빨리 알고 싶어 몸살이 난 일부 영미권 독자들은 영문판 정식 발간 전부터 서점 앞에 진을 치고 밤을 새웠다. 성질 급한 독자들은 책을 받아들자마자 뒷장부터 펼쳐 초미의 관심사였던 주인공의 생사 여부부터 확인했다. 20세기 들어 어떤 책도, 어떤 가수도, 어떤 배우도 누리지 못했던 뜨거운 사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리즈 6편 대비 2~2.5배 이상으로 영문판 예약 주문이 쇄도했다. 우리나라에서만 200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전 세계를 사로잡은 ‘해리 포터’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해리 포터’ 시리즈는 64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적으로 3억2500만부가 팔려나갔다. ‘해리 포터’ 출간을 맡은 영국 블룸스버리 출판사에 따르면, 그동안 판매된 ‘해리 포터’ 시리즈를 모두 늘어놓으면 적도를 1.6번 회전할 수 있으며, 미국 인구(약 3억)보다 많은 숫자가 팔렸다. 지금까지 독자들을 만난 책을 무게로 환산하면 아프리카 코끼리 2만5000마리, 코모도 왕도마뱀 200만마리의 무게에 필적한다. 영국에서 시리즈 6편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판매 개시 첫날에는 1초당 23권씩 판매됐고, 한 사람이 영국에서 첫날 판매된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를 모두 읽는다면 2500년이 걸린다.
하지만 시리즈의 마지막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도들’이 세울 기록까지 합친다면 그 수치는 더욱 놀라운 수준이 될 것이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도들’ 미국판만 1200만부 발행됐으며,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출간 첫날까지 2200만부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미권 이외의 지역에서 곧 발간될 번역본까지 합하면 아프리카 코끼리 몇천 마리 분량이 전 세계에 더 쏟아질 전망이다. 한국어판은 최인자 씨 번역으로 올해 11월 발행될 예정이다.
▶나이와 국경을 초월해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은 ‘해리 포터’의 매력은 무엇일까. ‘해리 포터’의 이야기 구조는 고전적이다. 선택받은 주인공 해리 포터에게는 숙명적인 적수 볼드모트 경 및 약간 피곤한 상대 말포이와 죽음을 먹는 자들이 있다. 악을 물리쳐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 주위에는 덤블도어 교수처럼 위대한 조력자와, 해리 포터와 함께라면 어떤 위험도 불사할 든든한 벗 헤르미온느와 론, 주인공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부모와 대부 시리우스, 해그리드도 있다. ‘악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사랑’이라는 말도 식상할 정도로 많은 작품에서 등장해 왔다. 얼핏 보면 전형적인 영웅담에 권선징악이라는 역시 전형적인 주제가 붙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해리 포터’는 복선을 기막히게 이용하는 탄탄한 서사 및 합리적인 반전으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도 질리지 않는 매력을 발산한다.
일례로 시리즈 4편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을 보자. 해그리드가 맥심 부인에게 자신이 거인 혼혈이라는 걸 밝히는 장면에서 풍뎅이 한 마리가 윙윙 날아다닌다. 이 외에도 4편 곳곳 중요한 이야기가 나오는 장면마다 문제의 풍뎅이가 등장하고, 이야기는 예언자 일보를 통해 자꾸 새나간다. 마지막에 풍뎅이의 정체가 ‘예언자 일보’의 집요한 기자 리타 스키터라는 게 밝혀지고, 이때 많은 독자가 놀랐다. 풍뎅이라는 복선이 끊임없이 등장하긴 했지만, 웬만큼 ‘포터홀릭’을 자처하는 독자라 해도 복선이라 눈치 채지 못할 만큼 교묘하게 처리됐기 때문이다. 각각의 시리즈에 복선과 반전이 조화롭게 배치됐을 뿐 아니라,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비밀도 진화한다. 왜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페투니아 이모의 집에 해리 포터가 방학마다 돌아와야 하는지, 볼드모트가 처음 해리 포터를 공격했을 때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그 이유가 계속 밝혀진다.
독자들이 미처 생각도 못했던 원인을 하나하나 알려주며 이 시리즈는 마력에 가까운 흡인력을 발산했다. 다소 실망스러운 편도 있었지만, 그래도 자석에 끌리는 듯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서점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서사가 희미해지는 21세기에도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증명한 작품이다.
▶원래 아동을 위한 작품이었으나 어른까지 독자로 포섭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저자 J. K. 롤링은 한 인터뷰에서 “기존의 아동 도서에서 마치 아이들이 어떤 낭만적인 감정도 느낄 수 없고 화도 낼 수 없는 존재인 것처럼 설정된 걸 언제나 불만스럽게 여겼다”며 “결국 아동 도서 속에서 아이들은 그냥 평범한 인간이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리 포터’에서 아이들은 자란다. 해리 포터는 초 챙을 향한 첫사랑의 홍역을 앓고, 친구 론의 동생 지니와 열렬한 사랑에 빠진다. 또 중반까지만 해도 스승 덤블도어에게 무조건적 믿음을 바쳤던 해리 포터는 사춘기 소년답게 반항하기도 한다. 론과 헤르미온느도 우정 이상 사랑 이하의 애매한 감정 사이에서 티격태격한다. 온갖 사건을 겪으며 소년소녀들은 어른이 돼가고, 설정된 나이만 어렸다뿐이지 이들이 겪는 고뇌나 환희는 어른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끔 진화했다.
▶서사의 힘이 아무리 강력하다 한들, 시간의 힘을 당해내기가 쉽지 않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완간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독자들이 ‘해리 포터’를 잊지 않도록, 애절한 기다림을 부추기기라도 하듯 연일 해리 포터에 대한 소식이 흘러나왔다. 조금씩 관련 정보를 흘려보내, 출간 직전까지 독자들의 관심을 붙드는 해리 포터식 마케팅 전략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도들’에서도 십분 발휘됐다.
올해 2월 저자 롤링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도들’ 출간 시기를 발표하며 “등장인물 중 두 명이 죽을 것”이라고 말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시리우스나 덤블도어 등 주요 등장인물을 ‘가차없이’ 보내버린 전력이 있는 롤링이었기에, 그리고 주인공 해리 포터가 둘 중 한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기에 관심이 증폭됐다. ‘해리 포터 자살설’ 등 온갖 억측이 난무했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언론 앞에서 롤링은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툭툭 던지며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했다.
감질나는 ‘예고편’이 저자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니 ‘본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스티븐 브라운 영국 얼스터대학 교수는 저서 ‘포스트모던 마케팅’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가 취한 전략은 ‘마케티즈(markeTEASE)’에 입각했다고 설명했다. ‘마케티즈’는 소비자의 변덕에 맞춰주기보다는 얻기 어려운 것인 척해 성공을 달성하는 기법으로, 고객들을 만족시키지 않고 안달나게 하고 감질나게 하고 괴롭혀서 소비를 부추기는 전략이다. 브라운 교수는 “고객을 무시해 욕망을 강화시키는 것도 마케팅이 차용할 수 있는 실천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케티즈 전략의 반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스포일러 양산이다. 매 시리즈 출간 전마다 ‘이번에는 누가 죽는다’라든가 ‘여기서 누군가의 정체가 밝혀진다’라든가 하는 추측이 난무했다. 대부분 황당무계했지만, 놀랍게도 적중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에는 공식 출간 전에 내용 일부로 추정되는 PDF 파일이 인터넷에 떠돌았고, 뉴욕타임스는 한 서점에서 책을 입수해 서평까지 발표했다. 펄펄 끓어오르는 관심의 과열이 낳은 부산물이다. 하지만 “해리 포터 타령에 신물난다”고 불평하는 독자가 드문 걸 보면 역시 ‘해리 포터’의 힘은 대단하다.
<헤럴드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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