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입니다.
가을은 본래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일"을 가리키는 추수와 같은 뜻의 낱말이었습니다.
지금은 뜻이 넓어져 추수를 하는 계절인 9, 10, 11월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입니다.
가을에 떠오르는 낱말로 '아람'이 있습니다.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잘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상태. 또는 그런 열매."를 뜻합니다.
첫가을에 동쪽에서 부는 바람은 '강쇠바람'이라고 합니다.
제가 왜 이렇게 가을을 들고 나불거리는고 하니,
오늘부터 주말까지 제 일터인 농촌진흥청 마당에서 모꼬지가 있습니다.
(모꼬지 : 여러 사람이 놀이나 잔치 따위로 모이는 일)
올 한해 농촌진흥청이 농민과 백성을 위해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를 알리는 자리입니다.
가까이 계신 분들은 오셔서 함께 즐기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시면 휘뚜루마뚜루 여기저기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휘뚜루마뚜루 :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아무렇게나 해치우는 모양)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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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 꼭지 더 보내겠습니다.
어제, 아들을 때린 사람들을 찾아가 폭행한 재벌 회장에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내려졌죠?
그러면서 화광동진이라는 고사성어를 써가며 2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습니다.
설마하니 재벌 봐주기는 아니겠죠? 아닐 거라 믿습니다.
재판장님이 재벌 회장님께 말씀하신 화광동진(和光同塵)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본뜻은, 빛을 부드럽게 하여 티끌 속에 같이 한다는 뜻으로,
"자기의 지혜와 덕을 감추고 사회에 어울려 지낸다는 뜻"입니다.
재벌 회장으로서의 특권의식을 버리고 보통사람과 함께 땀을 흘리라는 말씀일 겁니다.
우리말에 '섞사귐'이라는 게 있습니다.
"지위나 처지가 다른 사람끼리 사귀는 일"을 뜻합니다.
화광동진과 느낌은 좀 다를지라도 궁극적인 뜻은 같다고 봅니다.
아무쪼록
재벌 봐주기 재판이 아니기를 빌며,
재벌 회장님도 섞사귐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시길 빕니다.
우리말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