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주는 선물, 새 희망"
무자(戊子)년 새해 새 아침이 밝았다. 지난해와는 뭔가 달라지고, 가슴 뿌듯한 새로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설렘으로 마냥 들뜨고 즐거운 새해 첫 날이다.
어떤 이는 무정한 세월을 잘라내 특정한 날을 정해놓고, 새삼스럽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과연 지혜로운 일인가라고 반문한다. 그것은 흘러가는 물에 표시를 해놓는 것과 같은 쓰잘 데 없는 짓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물 흐르듯 가는 세월이라고, 아무 계기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인생은 얼마나 지루할 것인가. 그래서 우리네 인생은 새해를 맞으면 새 각오를 다지는 일을 반복한다. 물흐르듯 가는 시간을 소중함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하루쯤 날잡아 마음가짐을 가다듬는 것이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새해 편지에서 "군자(君子)는 새해를 맞으면 반드시 그 마음가짐과 행동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君子履新 必其心與行亦要一新)" 고 강조했다. 다산은 이 편지에서 연초에 한 해를 설계했던 경험을 들려주며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네 옛 말에도 '한 해의 계획은 정초에 세우라'고 했다. 군자가 아니면 어떻고, 작심삼일(作心三日)이면 어떠랴. 올바른 일을 계획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새해 새 아침을 맞아 김종길 시인의 시 '설날 아침에' 일부를 옮기며 마음가짐을 가다듬어 본다.
매양 추위 속에/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파릇한 미나리 싹이/봄날을 꿈꾸듯//새해는 참고/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후략)
삶을 노래하는 구도자였던 구상 시인의 '새해'도 마음을 추스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새해 새아침이 따로 있다더냐?//신비의 샘인 나날을/네 스스로가 더럽혀서/연탄빛 폐수를 만들 뿐이지//어디 헌 날, 낡은 시간이 있다더냐?/네가 새로워지지 않으면/새아침을 새아침으로 맞을 수가 없고/결코 새날을 새날로 맞을 수가 없고//너의 마음안의 천진(天眞)을 꽃피워야/비로소 새해를 새해로 살 수가 있다.
동화같은 따뜻하고 진솔한 세상을 살았던 정채봉의 '첫마음'은 어떨까.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먹은 첫 마음으로/1년을 산다면//…(중략)//이 사람은 그 때가 언제이든지/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날마다 새로우며/깊어지며 넓어진다.
새롭게 꿈꿀 수 있다는 건 새해가 주는 선물이다. 희망과 기대는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와 역사 발전에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200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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