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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문'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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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07. 12. 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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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소규모 회사였던 미국의 엔론(Enron)은 1990년대 초반 에너지 산업 규제완화를 틈타 전력 중개사업으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창업 15년만인 2000년에 미(美) 종합경제지 포춘(Fortune)지가 선정한 5백대 기업 가운데 7위에 올랐고, 월가(街)에서 가장 각광받는 기업으로 평가됐다. 이런 엔론이 2001년 말 수백 억 달러의 빚을 안고 파산했다.

 

엔론의 파산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으로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엔론은 미국의 대표적 회계법인이었던 아서앤더슨(Arthur Anderson)의 도움으로 분식 회계를 통해 회계장부를 조작했고, 정치자금을 미국의 상원의원들에게 대량 살포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더욱 컸다.

 

계열사 60여개를 거느리고 있는 삼성그룹은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총생산의 1/6, 우리나라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국내 초대형 기업이다. 이런 삼성은 그동안 불공정 거래, 비자금 로비 혹은 경영권 편법 승계 등 갖가지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항해해왔다. 그러나 이번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비자금 로비의혹 파문은 특검까지 이어져 조용히 넘어갈 수 없게 됐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대표적 산물이다. 자본주의의 윤리는 곧 기업의 윤리인 셈이다. 이때문에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은 소득을 향상시키는 경제 주체라는 역할과 함께 사회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국민의 의식수준이 기업 활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힘있는 자들이 시장을 독식하고, 세계 금융자산의 90% 이상을 0.5%의 사람들이 과점했을 때 힘없는 서민들은 자본주의의 게걸 앞에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같은 기업가들이 수백억달러의 기부금을 쾌척하고, 기업들이 지식경영, 투명경영에 이어 윤리경영을 새로운 경영구조로 채택할 때 자본주의의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

 

선진국 문턱에서 재벌기업들의 분식회계 등이 드러나 흔들리는 우리나라의 자본주의도 이제 지향점을 분명히 할 때가 됐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만 높아진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윤리를 포함한 모든 부문의 수준이 선진화돼야 한다.

 

당장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말로 현 재벌 체제를 옹호하기 보다는 선진화된 소유구조와 기업 지배 기법을 어떻게 도입하고 안착시킬 것인가를 심도있게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 개인이익을 우선하는 경영진의 경영방식과 이에 대한 견제마저 이뤄지지 않는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는 엔론 사태와 같이 결국 파국을 자초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워런 버핏이 미국 상원 공청회에서 했던 말을 떠올려본다. "사회 자원이 왕조가 세습되듯 대물림 돼서는 안되며, 우리는 능력 중심의 사회와 기회 균등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

<200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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