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에 떠올린 짧은 생각
한글날 561돌을 맞아 신문과 방송이 떠들썩 했다. 우리말의 왜곡과 외래어 남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말의 우수성과 함께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며칠 지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하다. 올해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해마다 그렇게 해왔다. 한글사랑은 연례행사가 아니라 일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 사회는 반대로 돼 있다. 일년 365일 가운데 단 하루만 한글사랑을 외치고 나머지 364일은 오로지 자나깨나 "영어!"만을 외치고 다니는 실정이다. 한글날에 우리말의 외래어 남용 실태를 고발하거나 우리말의 우수성을 알리는 그 기사 가운데는 좋은 우리말을 놔두고 버젓이 외국어를 쓴 경우도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외래어나 외국어가 얼마나 분별없이 쓰이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 사회의 영어쏠림 현상은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대통령선거에 나서겠다는 어느 당 예비후보는 책임지고 영어교육을 시키겠다고 공약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수업시간 영어전용을 들먹이며 국어와 국사조차 영어로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의 영어에 대한 열등감이 얼마나 심각하길래 이럴까 싶어진다.
나랏말에는 그 나라 백성의 문화와 정기가 배어있다. 나랏말을 배우는 것은 그 속에 배어든 고유문화와 정기를 배우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에 내몰리면서 그런 과정이 언제부터인가 사라져버렸다. 이제 기성세대와 10대들의 말글살이는 확연히 달라져가고 있다. 오죽하면 방송에서 10대가 모르는 기성세대의 말, 기성세대가 모르는 10대의 말을 놓고 맞추기 놀이를 할까.
우리말을 살리는 길은 우리말과 우리 글을 바로 알고 바로 쓰는 것이다. 우리말이 날로 때묻고 뒤틀려 죽어 가는 것은, 우리말과 우리 글을 알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외국어와 그들식 말투를 그냥 쓰기 때문이다. 우리말을 살리는 일은 어느 한사람의 힘으로 어느날 갑자기 이뤄질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말을 살리려는 노력을 하면서 바른 말과 글자를 쓸 때 우리 말글은 시나브로 되살아 날 것이다.
이달초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이라는 민간단체에서 올해 우리말 지킴이 10곳과 우리말 헤살꾼 10곳을 선정, 발표했다. 헤살꾼 10곳 가운데 무려 6곳이 정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였다.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은 올해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을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겨레의 앞날이 우리말살이의 사정에 달렸음을 깨달은 모든 국민이 우리말을 지키고 살리는 일에 더욱 힘을 모으고 슬기를 가다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자와 한자말, 로마자와 영어의 물결이 아무리 거칠지라도 우리는 한글과 우리말에 희망을 걸고 두려움 없이 쉬지 않고 나아갈 것입니다."
<2007.10.18>
섣달에 떠오르는 잡념 (0) | 2007.12.24 |
---|---|
'삼성 파문' 어떻게 볼 것인가 (0) | 2007.12.04 |
대선의 계절이 돌아왔건만… (0) | 2007.09.04 |
지구온난화로 허덕이는 지구촌 (0) | 2007.08.03 |
제주근대교육 출범 100주년 (0) | 2007.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