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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계절이 돌아왔건만…

세상보기---------/마음대로 쓰기

by 자청비 2007. 9. 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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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 말기의 사상가 순자가 남긴 '순자' 왕제편(王制篇)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말이 수레에 놀라면 (수레에 타고 있는)주인은 안전할 수 없고, 백성이 정치에 놀라면 (정치를 하는)군주는 그 자리에 편안히 있을 수 없다."

 

순자는 백성을 말에, 정치를 수레에, 그리고 임금을 수레 주인에 비유해 임금이 백성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 말하고 있다. '말이 수레에 놀란다'는 것은 수레가 자기 몸에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무언가 불편한 점이 있어서 놀라는 것이고 말이 놀라면 미친 듯이 내달려 수레가 뒤집어진다. 수레가 뒤집어지면 당연히 주인이 성할 리 없다.

 

백성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 다산 정약용은 애민육조(愛民六條)를 꼽고 있다. 첫째 양로(養老)는 윗어른을 잘 공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자유(慈幼)는 어린이를 자애롭게 대해야 한다고 했다. 셋째 진궁(振窮)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잘 돌보는 것이다. 넷째 애상(哀喪)은 백성이 상을 당하면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나타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관질(寬疾)은 병에 걸리면 너그럽게 대해주는 것이고, 여섯째 구재(救災)는 백성이 수재나 화재 등 재앙을 당하면 선뜻 구제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다산은 특히 '양로(養老)의 예절을 지키는 데에는 반드시 걸언(乞言)의 절차가 있어야 하느니, 백성들이 당하는 고통에 대해 의논하고 아파하는 부분에 대해 물어서 합당한 예(조치)를 취해야 한다'(養老之禮 必有乞言 詢苦問疾 以當斯禮)고 했다. 다산은 또 "권문세가라고 해서 후(厚)하게 섬겨서는 안 된다(權門勢家 不可以厚事也)"고 천명하고 있다. 벼슬아치들이 약한 사람에게는 강하고, 강한 사람에게는 약해져서 아부하거나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봉건사회에서 백성을 통치하기 위한 군주론이긴 하지만 바탕에 깔려 있는 위민정신은 현대 사회에서도 무릇 공복(公僕)이라면 새겨들을 만한 덕목이다.

 

바야흐로 대통령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각 정당마다 내로라 하는 정치인들이 용이 되고자 출사표를 내던졌다. 각 정당마다 대선 주자를 뽑기 위해 예비후보들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 정당들은 후보경선과정을 통해 당 이미지를 높이고 후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어느 예비후보도 애민육조를 가슴에 새긴 것 같아 보이지는 않다. 그래서 당원이 아닌 일반 백성들은 정당의 후보경선 행사에 냉소적이다. 이래저래 백성들이 정치에 놀란 때문은 아닌지….<200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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