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방송사의 TV 사극 '이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산 정조는 젊은 나이에 이미 경학과 문장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의학이나 산학 등 실용학문에도 밝았고, 무예마저 뛰어났다. 어릴 때부터 영특했던 정조를 경계한 노론 벽파-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았던-는 온갖 음모로 정조의 등극을 방해했다. 이같은 노론 벽파의 집요한 공격을 온 몸으로 막아낸 사람이 바로 홍국영이다.
이때문에 정조는 즉위 후 홍국영에게 도승지와 숙위대장을 겸임시켜 자신의 비서 역할과 경호대장 역할을 모두 수행하게 했다. 홍국영은 이밖에도 주요 관료기구의 실무를 한 손에 장악함으로써 정승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력자가 됐다. 홍국영은 세도가 하늘을 찌르면서 전횡을 일삼았고, 출세를 바라는 사람들은 갖은 방법으로 그에게 잘보이려 애썼다.
이 무렵 무과에 급제해 조정에 나갔던 홍화보라는 사람이 있었다. 꼿꼿한 성품을 가진 홍화보는 왕을 등에 업고 세도를 부리는 홍국영을 가볍게 여겼다. 홍화보는 마침내 홍국영의 미움을 사 귀양을 떠나게 됐다. 이 때 주위사람이 비록 귀양을 가더라도 훗날을 위해 홍국영에게 뇌물을 보내도록 권유했다.
그러자 홍화보는 "자네는 홍국영을 태산처럼 보는데 그는 빙산에 지나지않네"라고 말했다. 전횡을 일삼는 홍국영의 권력은 빙산처럼 언젠간 녹아내려 없어진다는 뜻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홍국영은 집권 4년만에 가산을 몰수당한뒤 고향으로 쫓겨나 이듬해 병으로 죽었고 홍화보는 귀양에서 풀려난 뒤 다시 벼슬길에 올랐다고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백서발간 작업에 착수하면서 마무리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인수위는 정부기구의 명칭을 며칠만에 변경하는 등 여론수렴과 검증작업없이 섣부르게 정부조직 개편을 진행했다가 호된 반발에 부닥쳤다. 대학입시 자율화는 교육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예측가능성을 무시함으로써 수험생들의 혼란을 초래했다. 영어 몰입교육도 면밀한 검토없이 내놓았다가 논란이 일자 찬성측 인사만 모아놓고 공청회를 열어 사람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게다가 인수위가 발표한 정책을 보면 대부분 경제나 교육관련 내용으로 채워지고 노동, 복지, 환경 분야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같은 인수위의 행태는 앞으로 전개될 새 정부의 모습을 미리 보는 것 같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한 국가의 부(富)는 단순히 경제성장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또 국가 정책은 기업처럼 경제성과 효율성이라는 잣대로만 재단할 수 없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눈 앞의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식의 독단적 정책은 전횡일 뿐이며, 국가의 백년대계를 그르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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