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나'를 알고 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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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년대 세대 중 나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바둑이와 영희, 그리고 나 철수는 그 당시 초등학교 국어책에 나올 만큼 유명했으니까.
그때 1학년 국어책 첫 쪽, 맨 처음에 나오는 단어는 바둑이도, 영희도, 철수도 아니었다. '나, 너, 우리'였다. ‘나’는 그만큼 소중한 존재요, '나'를 아는 것으로부터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출발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마라토너인 '나'에 대해 잘 모르고 맹목적으로 마라톤 완주 횟수와 기록에만 매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삼갈 일이다.
마라톤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으라는 말이 아니다. 마라톤에 대해 많이 아는 것보다 마라토너로서 '나'를 먼저 아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횟수나 기록보다 먼저 달리는 것이 좋아야 한다. 아니 여러 사람들과 함께 길동무하고 함께 달리는 자체가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마라톤에서는 우승자만이 승리자가 아니다. 마지막에 골인하는 선수까지도 자기 인생의 승리자인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보내고, 박수를 쳐준다. 박완서님의 토막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처럼.
마라톤은 근육에 적당한 긴장을 주며 신경을 조절하여 신체를 유연하게 하는 동시에 신진대사를 왕성하게 하므로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의 건강을 지키는데 다른 어떤 운동보다도 효율적이다.
그러나 그 역기능도 없지 않다. 무리한 욕심으로 대회 출전이 잦다보니 크고작은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마라톤에 중독이 되어 본래의 생활을 잃어버리고 결국에는 건강까지 해치는 경우도 보았다.
마라톤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각종 성인병이나 질병이 있는 사람에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심근경색ㆍ심장판막ㆍ협심증ㆍ심박수가 많은 빈맥이나 고혈압, 폐 기능 등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달리기를 할 때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초보자들 또한 자신의 신체 상태를 모르고 무리할 경우에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하자.
먼저 정기적으로 전문의에게 건강진단을 받고, 건강상태에 따라 운동량을 처방받도록 하자.
현재 건강과 잠재적 위험을 진단받고 운동의 강도 및 빈도ㆍ시간 등을 처방받아 실시해야만 효율적이며 안전한 달리기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신체능력에 대해 과신하지 않는 겸손함은 절대 필수조건이다.
잦은 대회 출전과 풀코스 완주를 훈장처럼 내세우는 것은 결코 진정한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
마라톤이 건강에 좋다는 막연한 정보만 믿고 무리하게 많이, 자주 달리려고 하지 말자. 부상과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달리기는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좋아하고, 즐겨야 한다. 마라톤, '나'를 알고 즐기는 데서부터 시작하자. 글쓴이/육철수 한국중ㆍ고 육상경기연맹 이사
<전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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