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경찰, 미군은 피로하다 | |||||
[위클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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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 매달 20~40% 미달… 천문학적 비용도 부담 세계 최강이라는 말을 듣는 미군이 피로증후군을 보이고 있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전쟁 피로증후군’이다. 미국은 현재 베트남 전쟁을 제외하고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전은 5년째이고, 아프가니스탄전은 7년째이다. 두 전쟁에 참전한 미군의 희생자 수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지만 두 전쟁이 언제 끝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라크 전쟁의 경우, 지난 4월 말까지 4063명이 전사했다. 부시 대통령이 2003년 5월 1일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호에서 “이라크 전쟁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지금까지 계속돼온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이 거둔 큰 승리”라면서 “이라크에서 주요 전투는 종결됐다”고 선언했지만, 5년이 지난 현재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이라크 조기 안정화를 위해 미군 규모를 15만8000명으로 늘렸으며, 오는 7월까지 일부 증원된 병력을 철수시켜 14만명을 주둔시킬 예정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지난 4월 11일 오는 7월 이후로 예정됐던 단계적 병력 철수 계획을 무기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미군의 이라크 주둔 규모는 14만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전쟁의 경우, 지금까지 미군 494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은 2001년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킨 이후 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 조직원들과 탈레반 잔당 소탕을 위해 1만여명 정도의 병력만을 주둔시켜 왔다. 하지만 탈레반의 저항이 거세지면서 2005년 미군 병력을 2만5000여명으로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 탈레반은 더욱 공세를 강화했고 이에 따라 현재 미군은 3만2000명으로 불어났다. 미국은 또 내년 7000명 규모의 병력을 아프간에 추가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4월 나토 정상회담에서 2009년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을 상당수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아프간에서 미군이 계속 증강되는 이유는 탈레반의 저항이 강화되는 데다 동맹인 나토 회원국들이 더 이상의 병력을 파견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아프간 전쟁도 이라크 전쟁처럼 ‘미국만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두 전쟁은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에 악몽이 되고 있다. 특히 직접 전쟁을 수행하는 미군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유·무형의 피해를 입고 있다. 무엇보다 미 국방부는 증파할 병력 부족으로 각종 모병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군 입대=이라크 파견’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바람에 미국 젊은이들의 자원 입대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당장 14만명의 주둔 병력 수준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자원병으로 충족되지 않으면 주 방위군을 차출해야 하지만, 순환근무 원칙 등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자타 공인 ‘세계의 경찰’이라는 미군이 심각한 병력 부족 상황에 빠진 셈이다. 현재 미 육군의 모병률은 매달 목표치의 20~40%씩 모자라고 있다. 현 모병제에서 미국 젊은이들은 만 17세가 되면 부모 동의하에 군 입대가 가능하다. 올해 17세가 되는 미국 젊은이 420만명 중 군 복무 자격을 갖춘 인구는 30% 미만이다. 이러한 추세는 2015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군 복무자격자들 중 고교졸업 혹은 검정고시 합격 등 신원 관련 요건을 갖추고, 체중과 건강진단 및 범죄 기준 등의 검사에 합격해야 입대할 수 있다. 이런 자격을 갖춘 젊은이 중 3분의 2는 대학 진학을 계획하고 있다. 군 입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인원은 매년 40만명 미만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녀의 군 입대에 찬성하는 부모나 후견인의 비율이 역사상 최저 수준인 39%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부모들이 자녀의 전사 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병력 충원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미 국방부는 이에 따라 군 입대 지원자에게 상당한 혜택을 제공하는 등 모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규 입대하는 남녀 모두에게 복무 기간에 따라 최고 4만5000달러의 주택 구입자금을 지급하고, 사업에 필요한 자금 마련, 대학 학자금 지급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또 지난해 6월부터 신병 모집 연령상한을 기존 35세 미만에서 42세 미만으로 올리고, 몸무게 기준을 낮추는 등 신체 조건이나 교육, 범죄경력 등에 대한 기준도 완화했다. 이와 함께 부시 행정부는 이민자 출신 신병에게 3년 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고도 즉시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2001년 9·11 테러 사건 이후 미군 입대를 통해 시민권을 취득한 이민자는 2001년 750명에서 지난해 4600명으로 대폭 늘었다. 부시 행정부는 연간 100여만명으로 추정되는 합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 조기 발급을 미끼로 한 모병 활동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미 국방부는 또 젊은 여성의 입대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체 미군 중 여군은 15% 정도인데, 이를 20% 정도로 늘리려는 계획이다. 특히 해병대가 대대적인 여성 모병에 나서고 있다. 전투 임무가 많은 해병대는 여군 복무 비율이 6.2%에 불과하다. ‘소수 정예 남성(a few good men)’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해병대가 ‘소수 정예 여성(a few good women)’을 찾아 나선 셈이다. 해병대는 또 예비역들을 현역으로 다시 입대시키는 강제 동원령까지 내렸다. 해병대는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가장 전투가 격렬한 곳에 병력을 파견하다 보니 전투 병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해병대는 예비역 중 최대 2500명을 현역으로 동원, 12개월에서 18개월 동안 현역으로 복무시킬 계획이다. 해병대 사병은 현역에서 4년을 복무한 후 4년간 예비역으로 남는데, 현재 예비역은 3만5000여명이다. 미군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전체적으로 입대 자원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데다 전투력까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범죄 경력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미 국방부는 현재 범죄 경력자에 대해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입대시키고 있다. 이 같은 서약 입대자 수는 2006년 15%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18%로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신병 10명에 3명꼴로 서약 입대를 받은 것이다. 해병대의 경우 2006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서약 입대한 신병의 69%가 마약 복용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의 경우도 지난해 입대한 신병 중 전과기록 보유자가 1만2057명이나 됐다. 전과자들의 경우 군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탈영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일반 병사보다 높다. 전체 병사의 평균 학력과 지능지수가 떨어지다 보니 최첨단 무기를 다루는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고졸 이상이 90%였지만, 현재 충원되고 있는 신병은 76%에 불과한 형편이다. 또 자살률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자살한 병사는 모두 121명으로, 1980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워싱턴포스트 1월 31일자) 또 지난해 자살을 기도하거나 자해한 수는 2100명으로, 2002년 350명에 비해 무려 6배나 증가했다. 이처럼 자살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 따른 측면이 강하다고 군 의학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실제로 과거에는 해외 주둔 장병들의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이라크나 아프간에서 자살한 병사가 미국 본토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미 국방부는 이라크와 아프간의 복무 기간을 15개월에서 12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자살하는 병사가 늘어나고 전쟁에 따른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군의 사기도 덩달아 저하되면서 전투력도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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