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SBS 8시 뉴스에서 '개최할 지 여부'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의존명사 '지'는 띄어 써야 바르지만, 여기서는 막연한 의문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연결어미이므로 띄어 쓰면 안 됩니다. '개최할지 여부'라고 써야 바릅니다.
같은 뉴스에서 잠시 뒤, '450여명'이라는 자막과 '150여명'이라는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쓰므로 '450여 명', '150여 명'이라 쓰는 게 바릅니다.
오늘 아침 6:55, SBS에서 신문에 난 기사를 보여줬는데 연기자 김형자 씨가 '종자돈 180만 원으로'라는 게 보였습니다. "더 나은 투자나 구매를 위해 밑천이 되는 돈"은 '종자돈'이 아니라 '종잣돈'입니다. [종자똔] 또는 [종잗똔]이라 읽습니다. 신문이 틀렸습니다.
아침에 편지를 쓰면서 그날 아침에 본 것이나 그 앞날 본 것을 이렇게 쓰면 좀 어지러우신가요? 자막 틀린 것을 지적하는 창을 따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몇 분이 하셔서 여쭤보는 겁니다. 그래야 한다면 예전에 보낸 편지처럼 공간을 따로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요.
지난 금요일에 보낸 편지에서 '아이'의 준말을 '얘'라고 잘못 썼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더 해볼게요.
아시는 것처럼 '아이'의 준말은 '애'입니다. 이렇게 '준말'은 낱말 일부분이 줄어든 것입니다. 아이를 애라 하고, '사이'를 '새'로 쓰고, '가지다'를 '갖다'로 쓰고, '이러하다'를 '이렇다'고 쓰는 게 준말입니다.
준말이 아닌, 줄지 않은 본디 음절의 말은 본말이나 본딧말이라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본딧말이나 준말이나 모두 낱말이라는 겁니다. '사이'도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고, '새'도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으며, '이러하다'도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고, '이렇다'도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죠? 앞으로 나오는 것은 좀 헷갈립니다. ^^*
준말과 낱말이 줄어든 꼴은 다릅니다. '아이'의 준말은 '애'이지만, '이 아이'의 줄어든 꼴은 '얘'입니다. 두 낱말(이, 아이)이 한 낱말(얘)로 줄어든 것이죠. '저 아이'는 '쟤'가 되고, '그 아이'는 '걔'가 되는 꼴입니다. 따라서, 애가 울어요, 얘가 울어요, 걔가 울어요, 쟤가 울어요 모두 맞는 말입니다. 당연히 애, 얘, 걔, 쟤 모두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우리는 줄어든 말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무엇을 보니?'라고 하기도 하고, '뭘 보니?'라고도 하며, '먹을 것을 챙기다'라고 하기도 하고, '먹을 걸 챙기다'라고도 하며, '이 것이 좋다.'라고 하기도 하고, '이 게 좋다'라고도 합니다. 여기에 쓴 뭘, 걸, 게 또한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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