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자책과 반성’의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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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회고록 ‘성공과 좌절’ 출간 “난 부끄러운 사람…독선과 아집 등이 내 오류” |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못다 쓴 회고록’이 서거 4개월 만에 출간됐다. 노 전 대통령이 죽음 직전까지 남긴 육필원고와 미공개 육성기록을 담은 <성공과 좌절, 노무현 대통령 못다 쓴 회고록>(학고재)은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한 여느 정치인들의 회고록과는 확연히 다르다. 진솔한 반성과 자책, 그리고 시민주권에 대한 확신과 함께 시민이 승리하기 위한 조건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회고록은 한참 후에 쓰려고 했다. 아직 인생을 정리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봉하마을 가꾸기, 시민광장, 정책연구…. 그런데 여러가지 장애가 생겼다. 마침내 피의자가 되었다. 이제는 일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지난 이야기를 쓰는 일뿐이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서 물러나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정착해 살기 좋은 농촌을 일구려는 꿈을 간직했던 그의 회고록은 이렇게 시작된다. 서거 사흘 전인 5월20일 오후에 쓴 글로, 회고록 첫장에 배치된 이 글에서 그는 검찰 수사로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현실에 대한 자책과 반성을 담았다. “시민으로 성공하여 만회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말아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실패 이야기를 쓰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사죄의 글로 쓰려 한다”고 책의 성격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구상한 회고록의 성격과 목차, 대강의 구성을 통해서는 지지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는 우선 “나의 실패는 여러분의 실패가 아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할 일이 있고, 역사는 자기의 길이 있다. 실패한 이야기가 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신의 실패를 “진보의 좌절, 민주주의 좌절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굴복하지 말고, 또다른 영웅의 등장을 기대하지 말고, 깨어 있는 조직된 시민의 자리에서 “노무현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으라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실제 ‘왜 실패했을까’라는 목차에서 자신의 대통령 재임기를 “절반의 성공도 못 되는 절반의 미완성”이라고 규정하고, ‘당정분리, 독선과 아집, 무리한 의제, 언론의 흔들기와 관료의 무력화, 말씨와 품위’ 등을 ‘노무현의 오류’로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 하지 마라’는 목차에서 “역사는 대통령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정권은 정당에 있고 권력은 시민에 있다”며 시민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리고 ‘시민이 승리하기 위한 조건’에서 “제도와 정책이 중하다. 정치, 민주주의, 그리고 역사를 알아야 한다”며 “학습하고 조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끝내 회고록을 다 쓰지 못하고 서거했다. 때문에 이후 회고록의 구성은 그가 생전에 비공개 카페에 올린 미공개 글(1부 2장, 봉하단상), 퇴임을 앞둔 2007년 9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청와대에서 가진 네 차례의 인터뷰를 정리한 육성기록(제2부, 나의 정치역정과 참여정부 5년)으로 돼 있다.
1부 2장 봉하단상에서는 자신과 아들 건호, 형 건평씨를 향한 언론의 공격적 보도에 대한 절망(언론은 흉기다), 이명박 정부의 공과와 이후 정책에 대한 우려(작은정부와 구조조정의 결과에 대하여.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정책) 등이 담겨 있다.
2부에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눈길을 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수장학재단을 ‘장물’로 규정하고, “지금도 저렇게 장물이 그냥 남아 있고, 그 주인(박근혜 전 대표)이 정권을 잡겠다고 하는 상황까지 용납하고 받아들이려니 무척 힘들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선 “지역분열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국보급 대접을 받을 만한 훌륭한 지도자”라고 후하게 평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7년 이전까지의 정치적 업적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못지않지만 3당 합당으로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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