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는 겨레문화 가운데서 유익한 것들을 골라 짧고 재미있게 쓴 글로 2004년 6월부터 날마다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글 가운데서 지적할 내용은 꾸짖어 주시고, 주위 분들에게 추천도 부탁합니다.
한글날 훈민정음 반포 재현의식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근정전 처마 밑에 웬 그물이 쳐 있습니다. 혹시 근정전이 공사를 하고 있나? 아닙니다. 이것은 요즈음 친 것이 아니고, 예전 건물을 지었을 때부터 쳤던 그물입니다. 그 이름은 ‘부시’인데 새들이 건물에 드나드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까치나 참새, 비둘기 같은 새가 드나들면서 똥을 싸면 보기에도 안 좋을 뿐 아니라 강한 산성이어서 목조건물에는 치명적인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하지요. 그래서 처마 밑에 ‘부시’를 쳐 새들의 드나듦을 아예 막아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본 건물의 좌우의 긴 집채인 회랑과 대궐의 담(궐담) 등에는 부시를 칠 수가 없기 때문에 대신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진 삼지창을 설치해 새가 앉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새는 건물에 문제였던가 봅니다.
“아이고 내 못 살것다. 이애 방자야 너와 나와 우리 결의 형제허자. 야 방자 형님아 사람 좀 살려라.” / “도련님 대관절 어쩌란 말씀이오.” / “여보게 방자형님. 편지나 한 장 전하여 주게.” / 존귀허신 도련님이 형님이라고까지 허여놓니 방자놈이 조가 살짝 났든 것이였다. / “도련님 처분이 정 그러시면 편지나 한 장 써 줘보시오. 일되고 안되기는 도련님 연분이옵고 말듣고 안듣기는 춘향의 마음이옵고 편지 전하고 안전하기는 소인놈 생각이오니 편지나 써 줘보시오.”
이것은 판소리 춘향가 중 이도령이 춘향에게 편지 써보내는 장면의 아니리입니다. 이렇게 아니리는 판소리를 한층 구수하고, 매력있게 만듭니다. ‘아니리’는 판소리의 구성요소 중 북은 치게 놓아두면서 말로 하는 부분인데, 시간의 흐름, 장면의 전환 등 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구실을 하고, 특히 해학적인 대목은 ‘아니리’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