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는 겨레문화 가운데서 유익한 것들을 골라 짧고 재미있게 쓴 글로 2004년 6월부터 날마다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글 가운데서 지적할 내용은 꾸짖어 주시고, 주위 분들에게 추천도 부탁합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가 조선을 완전한 식민지를 만들기 위해 가장 큰 노력을 기울 것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그것은 바로 문화말살입니다. 1936년 그들은 조선팔도에 전래하는 민속놀이를 조사하여 ‘조선의 향토오락’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조선의 문화를 말살하려는 계획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그들은 조선말을 못 쓰게 했으며, 창씨개명을 강요하고, 풍물굿을 비롯한 조선의 민속놀이를 못 하게 했습니다. 이로써 천 가지가 넘었다는 조선의 민속놀이는 맥이 끊어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온 나라 명산에는 조선의 정기를 끊어놓기 위해 쇠말뚝을 박았습니다. 또 일본에 살다가 귀국하는 조선 사람들에게 화투 몇 목씩 주어 보내 화투를 퍼뜨려 정신말살을 의도했다는 의심을 받으며, 온 나라에 심어진 무궁화를 뽑고 대신 벚꽃을 심는 작업도 소리 나지 않게 해나갔다고 합니다.
옛날 궁중이나 양반집에서 했다는 놀이로 ‘투호’라는 것이 있습니다. 투호는 고구려, 백제 때부터 즐겼습니다. 놀이 방법은 일정한 거리에 투호를 놓고, 푸른 화살과 흰 화살 (혹은 붉은 화살)을 가지고 하는데, 병 가운데 구멍이나 양쪽 귀구멍에 살이 꽂혀서 들어가도록 던져 들어간 숫자를 세어 승패를 결정하며, 상대방과 번갈아 12개 혹은 48개를 던집니다. 이긴 쪽을 '현’, 진 쪽을 ‘불승’이라고 하고, 진 사람은 벌주를 마셔야 하며, 술을 못 먹으면 노래를 부르는데 도박의 성격을 없애기 위한 규칙이라고 합니다.
조선시대 70살 이상의 원로 문신들을 위로하고, 예우하기 위해 베푼 잔치인 기로연 때 한 놀이이기도 합니다. 세종은 “투호는 옛사람이 마음속의 그릇됨과 올바름을 보던 것이니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으며, 성종은 “투호하는 것은 놀음만이 아니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