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는 겨레문화 가운데서 유익한 것들을 골라 짧고 재미있게 쓴 글로 2004년 6월부터 날마다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글 가운데서 지적할 내용은 꾸짖어 주시고, 주위 분들에게 추천도 부탁합니다.
‘선화봉사고려도경(줄여서 고려도경)’ 제9권 ‘의물(儀物)’ 편에 보면 송나라 사람 서긍은 고려를 다른 여러 오랑캐에 비하면 찬연히 빛난다고 말합니다. 그 까닭으로 서긍은 “여러 오랑캐 나라는 비록 임금이 있으나, 임금이 나아갈 때 깃발 십여 개가 따르는 데에 불과하여 신하들과 거의 뚜렷한 분별이 없다. 다만, 고려는 그 임금과 신하가 거동할 적에 법도가 있다.”를 들고 있습니다.
임금이 거동할 때 위엄을 보이기 위하여 격식을 갖추어 세우는 병장기(兵仗器)나 물건 그리고 악귀를 몰아내는 신을 그린 깃발이 따르는 것들이 송나라와 별로 다르지 않았음을 말한 것입니다. 또 서긍은 공자(孔子)가 고려에 살고 싶다 하고 더럽지 않다고 했음도 아울러 말합니다. 이를 볼 때 고려는 중국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나라였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박남일님이 쓰고, 서해문집이 펴낸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 사전”에 보면 ‘말살에 쇠살’ 이야기가 나옵니다. ‘말살에 쇠살’은 푸줏간에 고기를 사러 갔는데 벌건 말고기를 쇠고기라고 내놓는 것을 말함입니다. 누가 보아도 가짜여서 따지면 주인은 쇠고기라고 벅벅 우깁니다. 번연히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우기거나,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말을 할 때 쓰는 말입니다.
글쓴이는 “법치주의 신봉자들은 법이 대다수 민중의 삶보다 위에 있다고 한다. 이는 말살에 쇠살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가?”라고 말합니다. 지금도 곳곳엔 이 ‘말살에 쇠살’이 벌어집니다. 만일 억지로 우기는 사람이 있으면 ‘말살에 쇠살’이라고 말해주십시오. 이렇게 우리말에는 재미있거나 아름다운 말들이 많습니다. ‘촌지(寸志)’를 ‘꾹돈’, ‘셀프서비스’를 ‘제시중’, ‘대질(對質)’을‘무릎맞춤’이라고 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