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시와 인천시는 영어도시를 만든다고 발표하여 한글단체의 큰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그동안 각 지방자치단체가 수천 억 원씩 들여 영어마을을 설치하고 영어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전문가들은 전혀 실효성이 없는 짓을 했다고 비판합니다. 예산은 국민의 혈세입니다. 서민들은 아직도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런데 서민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에 엄청난 예산을 쓰는 지자체는 과연 누구를 위한 기관인가요?
영어를 배우는 것이야 나무랄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의 언어에 대해선 한 푼의 예산도 쓰지 않으면서 영어에 목매다는 모습은 문화사대주의가 아닐까요? 한글맞춤법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영어는 조금만 틀려도 큰일 나는 듯 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외국인들이 보면 뭐라 할까요? 번역이나 통역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것은 영어를 몰라서가 아니고, 국어를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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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741. 속세의 찌든 때를 씻어주는 풍경소리 (2006/07/16)
산속에 고즈넉이 놓인 절에 가면 어디선가 맑고 고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절집 처마에 매달린 풍경(風磬)인데 풍령(風鈴), 풍탁(風鐸), 첨마(檐馬)라고도 합니다. 작은 종처럼 만들어 가운데 추를 달고 밑에 쇳조각으로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매달아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며 맑은소리를 냅니다. 풍경은 사람이 종을 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힘으로 소리가 납니다.
그런데 이 풍경에 왜 물고기가 달렸을까요? 불교에선 풍경 말고도 나무로 깎아 매단 목어(木魚)도 있는데 물고기처럼 항상 눈을 뜨고 열심히 정진하라는 뜻이지요. 또 절집에 있는 범종은 모든 사람들을, 법고(북)는 모든 육지 짐승들을, 풍경은 모든 바다 생물들의 깨달음을 염원하는 뜻으로 울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조용한 가운데 눈을 감고 풍경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속세의 찌든 때가 말끔히 씻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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