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날 마당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또 먼지를 재우기 위해 물을 뿌립니다. 또 세수를 하고 난 물이나 걸레를 빨고 난 허드렛물을 나비 날개 모양으로 가로로 쫙 퍼지게 끼얹습니다. 이 물을 “나비물”이라고 합니다. 또 “목물”이란 말은 ‘사람의 목까지 찰 정도의 깊은 물’과 ‘여름철 등과 목에만 물을 끼얹는 목욕’을 가리킵니다. 땀을 많이 흘린 여름날 윗도리를 벗고, 바닥에 손을 짚고 엎드리면 어머니께서 바가지로 물을 퍼서 등에 쏟아 부어주셨습니다. 그러면 물은 등을 타고 뒷목 쪽으로 흘러내리는데 이것이 목물이지요.
나비물, 목물 외에 그릇을 씻은 생활폐수를 말하는 개숫물, 이미 사용해 더러워진 고장물(구정물의 작은 말), 끼니 때 외에 마시는 군물, 논이나 그릇에 물을 넣을 때 다른 곳으로 흘러 나가는 벌물, 낙숫물 또는 처마물을 말하는 가스락물, 얼음 위에 괸 덧물도 있습니다.
참고 :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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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350. 한국음식에 담긴 철학사상 (2005/06/14)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는 한국음식에 나타난 전통을 분석해 줍니다. 섞임의 미학 즉 공동체의식을 보여주는 ‘비빔밥’, 뜸들이기 과정의 극치인 화해의 음식 ‘탕평채(청포묵무침)’, 정성이 들어가 약이 되는 음식 ‘약고추장’, 식물성과 동물성의 조화와 오색(파랑, 빨강, 노랑, 하양, 검정)과 오미(단맛, 신맛, 매운맛, 쓴맛, 짠맛)의 조화인 음양오행의 음식 ‘구절판’, 이가 부실한 노인들이 먹기 좋게 요리한 노인공경의 음식 ‘타락죽, 숙깍두기, 섭산적’,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오래 묵어서 좋은 음식 ‘간장, 된장’을 말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단순히 맛과 영양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음식 속에 녹아있는
철학을 말하는 것입니다. 음식을 먹을 때 식도락만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전통음식을 즐기는 것은 이 훌륭한 철학을 삶 속에 담아내는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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